[100년 만의 블록경제 재현] 우물쭈물 韓…깍두기 신세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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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3-02-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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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미국도 중국도 유럽도 일본도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경제 블록화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만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외교·안보적으로 미국에 경도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반대급부인 경제적 과실은 충분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공급망 재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정이 시급한 공급망기본법도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실사구시에 입각한 경제·통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脫중국 명분, 보호무역 추세 강화 
전 세계적으로 '탈(脫) 중국' 움직임이 거세다.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제정 등도 그 일환이다. 

미국이 IRA라는 빗장을 걸자 EU도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CRMA로 맞불을 놨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에는 CRMA 법안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을 활용해 구마모토에 짓는 TSMC 반도체 공장 건립 비용 중 절반인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첨단산업 관련 공급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 "미국이 WTO 거슬러, 자원·식량 무기화 우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시작된 세계 경제 블록화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본다.

무역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석재 우석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유무역을 주창하던 미국이 오히려 세계무역기구(WTO)에 반하는 개별적인 경제 블록을 만들려 한다"며 "다른 나라들도 실리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블록화가 지속되면 자원의 무기화, 식량의 무기화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우호적인 나라와 경제 블록 관계를 맺어 창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중동 등 지금까지 대책이 미진했던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거나 원조 지원을 해서 무역을 통한 이익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면 미국은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 기조를 따라가면 (전 세계) 수출이 줄고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尹 정부 국정과제 '공급망기본법' 국회에서 공전 중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은 뾰족한 대안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급망기본법' 제정 작업은 국회에서 1년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공급망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신속한 입법을 위해 의원 입법으로 발의했지만 국회 자체가 잘 열리지 않는 데다 야당 측 반대가 심해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기본법은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설치와 공급망 안정화 기금 조성 등이 골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완비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또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갈등, 기술 패권 경쟁, 다자무역 체제 퇴조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한 블록화 현상을 보이며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자국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고 자원 부국은 수출 규제로 공급망 다운스트림(하방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고 법 제정 필요성을 점검한다. 현재 기재부 내에는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이 꾸려져 있는데 임시 조직이다 보니 적극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을 상시 조직으로 바꾸는 등 논의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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