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출신 미국인 지진학자 천유린(54)은 2024년 11월 5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중국 국가안보 당국에 체포된 뒤 현재까지 구금돼 있다. 천씨는 당시 중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대학 두 곳에서 연구 관련 강연을 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으로 돌아가려던 중이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19일 천씨를 '부당 구금자'로 지정했다. 천씨 가족과 인질 문제 지원단체에 따르면 그는 현재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 가운데 미 정부가 부당 구금자로 공식 지정한 유일한 인물이다.
천씨는 지난해 5월 간첩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았다. 중국에서 간첩죄는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사형도 가능하다.
그가 2020년 12월 발표한 논문은 북한이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6차례 핵실험의 규모와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파를 자연지진과 구분하는 방법을 다뤘다. 해당 연구는 미 국무부 군비통제 담당 부서와 미 공군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중국 학자들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공개된 중국 자료가 활용됐으며 논문 표지에는 '공개 배포 승인' 문구도 명시됐다.
천씨 가족 측은 중국이 대형 지하 공간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지진파를 약화하고 탐지를 어렵게 하는 '디커플링' 기술에 그의 전문성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중국이 2020년 6월 22일 저위력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디커플링 기술로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핵실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천씨의 구금 문제는 미·중 관계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천씨의 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편의 구금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당시 사건을 살펴보겠다고 답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천씨 석방 문제가 다시 정상 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급 외교를 통한 석방 협상에 여지를 두기 위해 천씨의 부당 구금자 지정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가족은 설명했다.
천씨는 구금 초기 하루 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으며 일어서거나 책을 읽고 운동하는 것도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뇨병 등 지병에 필요한 약도 제대로 받지 못해 체중이 13.6∼18.1㎏ 줄었다고 가족은 주장했다.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천씨를 면회했지만 중국 당국자가 항상 동석해 자유로운 대화도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선임한 중국인 변호사도 구금된 지 13개월이 지나서야 천씨를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적법한 사법 절차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법치국가로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른바 '부당 구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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