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법리 무시한 이상민 탄핵, 상식 무시한 곽상도 무죄 판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3-02-12 15: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 의결과 곽상도 전 국회의원 무죄 판결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사안은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장관 탄핵 소추는 법리를  무시했고, 곽 전 의원 무죄 판결은 상식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는 과연 탄핵 사유가 되느냐 하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된 야권은 이 장관 탄핵 소추 사유로 이 장관이 헌법,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장관이 핼로윈 참사 직후 재난대책본부·수습본부 신속 설치 등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방기해 적절한 구조·구급 활동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참사 발생 이후 자택에서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고, 관용차를 85분 동안 기다리느라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졌다고도 했다.

 

그 결과 이 장관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참사 이후 부적절한 언사를 반복하면서 고위공직자에게 기대되는 최소한의 품위마저 저버려 국가공무원법의 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고 했다. 야권이 이 장관 탄핵 사유로 몇 가지를 제시했지만 핵심은 이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탄핵 사유가 될지가 문제다. 


헌재, "직무 성실성 여부는 탄핵 사유 안 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는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박근혜)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 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조치에 미흡하고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피청구인이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에서도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 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 취지대로 한다면 이 장관이 핼로윈 참사 이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수는 있겠지만 탄핵 사유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헌재는 탄핵 제도의 본질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박근혜 탄핵 결정문), “공직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노무현 탄핵 기각 결정문)라고 했다.  직책의 성실한 수행 여부는 이런 탄핵 제도의 본질과 무관하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헌재 결정 내용은 탄핵 소추에 관한 법리를 잘 설명해 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헌재가 밝힌 두 전직 대통령 관련 결정문을 꼼꼼히 살폈더라면 이 장관의 핼로윈 참사 대처 문제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법리를  무시하고 정치적 이유로 탄핵 소추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 뇌물죄 무죄 판결은 무죄 이유를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아들이 지급받은 돈과 이익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걸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아들이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하지만 아들이  성인으로, 결혼을 해서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했다”며 “따라서 곽 전 의원이 직접 돈을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곽 전 의원과 아들이 경제적으로 서로 독립적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들 돈은 아들 돈이고 아버지 돈은 아버지 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받은 돈을 아버지가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곽상도 아들 아니었다면 퇴직금 50억원 줬겠나 


 아버지와 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 생활을 한다면 ‘아들 돈’과 ‘아버지 돈’은 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고려 사유가 있다. 우선 하나는 돈의 규모다. 아들이  퇴직금으로 일반 회사원과 비슷한 액수를 받았다면 그 돈은 아들 돈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러나 그 액수가 터무니없이 크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게다가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서 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면 사정은 더욱 달라진다. 액수가 터무니없이 크고  아버지가 고위직에 있었다면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아들에게 돈을 줬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곽 전 의원 아들은 6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대기업 고위 임원 사례를 빌리지 않더라도 턱없이 큰돈이다. 곽 전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대통령실 민정수석 비서관, 국회의원을 지냈다. 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화천대유가 아들에게 50억원을 준 것은 아버지인 곽 전 의원을 보고 준 것이고, 그래서 사실상 곽 전 의원이 받았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어떻게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지 않았다고 해서 뇌물 수수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뇌물죄 요건 중 ‘금품 수수’ 법 조문을  너무 액면 그대로 해석한 것 아닌가. 법 조문에 얽매여 상식을 놓쳤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사법부의 책임성’이라는 말이 있다. 법관이 자기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 책임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책임과는 다르다. 일반적 책임은 잘못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이를 희생적 책임이라고 한다. 반면에 법관의 책임은 ‘설명할 책임’이다. 왜 그렇게 판결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받아야 할 책임을 말한다. 국민이 판결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그 법관은 설명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게 된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서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 출신 아버지의 아들에게 50억원이라는 거액을 준 게 어떻게 아버지를 보고 준 게 아닌지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서로 독립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상민 장관 탄핵은 정치에 얽매여 법리를 무시했다. 곽상도 무죄 판결은 법 조문에 얽매여 상식을 무시했다.  법 운용에서 법리나 상식을 지키지 못하면  겉보기에는 합법일지라도 실제로는 불법이고 비법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학교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