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기후위기 속 인권 보호는 국가 의무"..."취약계층 보호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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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1-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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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 설계 위해 지자체 권한 강화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건설노동자 중 타설 작업자는 가장 더위에 취약하다. 독한 콘크리트에 맨살을 가리기 위해 작업복을 입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상부에서 일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상 ‘작업중지권’을 근거로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굳기 전에 마무리해야 하는 타설 작업은 35도가 넘어서도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후위기 속 취약계층의 인권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표명했다. 기후위기로 여름 폭염과 겨울 혹한이 반복되는 가운데, 취약계층은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인권위 의견 표명을 반기는 한편, 구체적인 방향성 부재를 한계로 지적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에 관한 의견을 정부에 처음으로 표명했다. 인권위는 사회적·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유형화하고, 기후변화가 고용·노동조건·주거·건강·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다방면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정책 단 1건..."인권 보장에 역부족"
기후위기 취약계층은 폭염, 태풍 등 기후 변화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집단을 뜻한다. 기후위기는 생명권, 건강권 등 기본 권리를 위협해 왔으나 인권 보호 차원의 논의는 국내에서 미진했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제21대 국회에 접수된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정책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단 1건에 해당하는 정책은 폭염·혹한 발생 시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다. 이마저도 건강까지 위협받는 쪽방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인권과 맞닿아 있다는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면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생존권·건강권 보장은 요원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주영 변호사(사단법인 기후 솔루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기후위기가 생명권이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준사법기관이 기후위기 취약계층 인권보호에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책도 실효성 없어...대책 설계 위해 지자체 권한 강화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국가인권위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2021년 노동 당국이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 대책'을 추진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야외 노동 시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되면 작업을 중지하고 휴식 시간을 늘리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기후위기와 인권’ 실태조사에서 작업이 중지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답변했다. 건설노동자 안에서도 타설공 등 노동 시간 조정이 어려운 직무가 나뉘는데 노동 당국은 일괄 적용하는 조건만 마련해 직무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권고에 머물러 사업주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유인도 적었다.
 
국가인권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위기 취약계층 유형화'를 권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짚지는 않았다.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지현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노동시간 조정과 함께 임금보전도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 분야는 재해보험 등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다양한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대책을 미리 설계하도록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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