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하층민 삶 그린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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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12-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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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빈부 격차·계급 갈등 사실적으로 그려...올해 7월까지 320쇄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대중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조세희가 지난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사진=연합뉴스]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세희 씨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도서출판 이성과힘은 지난 25일 “조세희 작가가 오늘 오후 7시께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돼 등단했고 이후 십 년간 일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1975년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다시 시작한 그는 '뫼비우스의 띠'부터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 이르기까지 연작 12편을 묶어 1978년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출간했다.

고인의 대표작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의 그늘에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1970년대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재개발로 인해 행복동 판자촌에서 쫓겨나게 된 난장이 가족의 절망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 불평등과 계급 갈등과 같은 병리적 세태를 환기했다.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젊은층에도 널리 읽혔으며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한 이 책의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른다. 1978년 6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난쏘공'은 2000년에 판권이 이성과힘으로 넘어갔다.

[사진=이성과힘]


고인은 2000년 '작가의 말'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었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쓴 바 있다.

이어 고인은 "이 작품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했다.

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 등이 있다.

1980년대 초 신문과 월간지에 연재했다가 중단했던 '하얀 저고리'는 민주화의 역사를 다룬 소설로 고인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못다 한 말을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했다. 2008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3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되짚어보는 의미로 동료와 후배 문인들의 글을 엮은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된 바 있다.

유가족으로 최영애 여사, 아들 중협, 중헌이 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은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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