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그늘⑤] 우려가 현실로...'물갈이' 앞세운 금융권 낙하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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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12-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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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임 유력 신한금융·NH농협 회장 교체로 논란 커져

  • 새 기업은행장에도 내부출신 대신 낙하산 선임 가능성

  • BNK금융도 외부 인사 후보되는 규정 추가...외풍 우려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차기 회장 [사진=연합뉴스]


연말연시 금융권은 수장 인사로 뒤숭숭하다.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교체되면서 정부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장 연임·교체를 결정해야 할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권도 정부 의중을 살피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관치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중견 은행인 수협은행이 내부 출신인 강신숙 행장(당시 수협중앙회 부대표)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을 때만 해도 외풍 논란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있었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 후보자 재공모, 최종 후보 선출 연기 등이 벌어지자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결과적으로 수협중앙회 측이 원하는 인사가 신임 행장에 오르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신한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연이어 교체되면서 외풍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3연임에 도전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돌연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조 회장이 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자 정부 목소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금융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이 CEO에게 있다고 보고 3연임까지는 재임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

 

영업을 앞둔 서울의 한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연임이면 9년을 하겠다는 건데, 일선 실무자가 임원까지 올라와도 회장 자리에 있다는 의미다. 부하 직원들이 제대로 된 보고를 할 수 있겠나”라며 “(당국에서도) 9년은 너무 길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또한 과거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1년 더 임기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등을 맡은 경제관료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대선 공약과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추진하기 위해 친정부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현 정부 눈치를 봤다는 의미다.
 
이번 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제청할 차기 IBK기업은행장엔 내부 출신보다 경제·금융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막판에 정부 측 낙하산 인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다만 우리은행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도 중징계 제재를 받아 제재 취소 소송에 나서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송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아온 BNK금융그룹 또한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경영승계 규정을 개정해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권에 수장이 누가 오든 상관없다”며 “다만 '용산(대통령실)'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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