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그늘①] 예대금리차 줄이라면서 수신금리 경쟁 막는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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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1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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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 5대 은행 수신금리 인상 소식 없어

  • 10월 빅스텝 후 최대 1%p 올리던 것과 대조...인터넷은행만 일부 경쟁

  • 금융권 자제령 때문...은행 "자금조달은 어디서 하나요"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치열하게 진행되던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금융당국 개입으로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연 5%대까지 오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이달 들어 4%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금리 인상기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채권 발행에 이어 예·적금 금리 수준까지 정부가 개입하자 은행권에선 불만이 나온다. 반년 전만 해도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줄이라고 압박했던 당국의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예·적금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지한 은행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 10월 12일 한은 금통위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이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금통위 다음날인 13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7개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도 수신상품 36종 금리를 최대 연 0.8%포인트 올리고, 농협은행 또한 수신금리를 0.50~0.7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이후 KB국민은행이 최대 0.6%포인트, 하나은행이 0.95%포인트 인상으로 수신금리 인상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가 최근 수신금리를 올렸지만 앞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핑퐁 게임'을 벌이며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경쟁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 4~8월에도 은행별 수신금리 인상 소식은 꾸준히 전해졌다.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 금융당국의 '자제령'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시중자금을 흡수해 자금시장에 쏠림 현상을 불러온다고 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한마디씩 거들면서 압박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달 연 5%를 넘어섰다가 이달 다시 4%대로 내려온 것도 은행권이 금융당국 눈치를 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은행에 채권(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해 예·적금에 자금 조달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회사채 시장이 위축돼 은행권 기업대출 수요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의 태도 전환이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7월부터 매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금융사가 어딘지 살펴보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금리 인상을 멈추면 예대금리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 도리어 수신금리 상품 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금리가 높은 상품에 따라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 폭리를 지켜보겠다고 월별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하더니 이제는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하지 말라고 압박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은행채 발행도 막힌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 인상까지 막으면 은행에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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