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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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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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 이후 옛 미래전략실의 뒤를 이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재계의 수면 아래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의견에 가깝다.

최근 새삼스레 다시 부상한 것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사별 역할 정리 등 미뤄져 왔던 현안을 진두지휘할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필연적으로 지금의 컨트롤타워가 만족할 만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물산·생명 사내에 각각 TF를 구성해 각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TF는 그룹의 전체적인 전략을 지휘하는 것은 차치하고 계열사별 역할과 쟁점 사항을 조율하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미전실 해체 이후 주목받은 신사업이나 먹음직스러운 틈새시장을 놓고 삼성 계열사들끼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TF가 컨트롤타워로서 권한과 역할이 애매했던 만큼 그 성과도 모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2017년 사라진 삼성의 미전실을 구세대의 망령 같은 존재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진단해보면 컨트롤타워 그 자체가 나쁜 것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미전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자체에 문제를 일으켰기보다는, 그 역할을 활용해 얻은 결과가 잘못돼 있었던 것에 가깝다.

실제 이전까지 국내 주요 대기업그룹의 컨트롤타워는 대부분 총수 일가에 충성하고 이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조직에 가까웠다. 상당수 국내 대기업그룹 컨트롤타워가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 혹은 참모 조직에서 파생됐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개인 재산 은닉이나 편법 승계 등 총수 일가에 이익이 되는 일을 적극 수행하는 손발로 활동해 왔다.

문제는 종전까지 총수 일가에 충성하는 컨트롤타워를 견제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 등은 구호에 그칠 뿐 재벌 총수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우선 이사회 중심 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컨트롤타워에서 나온 판단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이전처럼 장막 뒤에 숨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셈이다.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동시에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삼성의 미전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계열사별 구조조정이나 투자를 주도하면서 어려움 극복에 기여했다. 최근 국내 산업권은 IMF 위기 수준의 극도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오히려 코로나19에 놀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던 2020년보다 올해와 내년이 더욱 위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불확실성이 높아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최근 위기 상황에서 계열사별 각자도생을 종용하기보다는, 적당한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를 갖춰 길잡이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심사숙고할 때다.
 

윤동 산업부 기자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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