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분의 1m'의 싸움···불붙는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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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12-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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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MC 美 공장에 바이든·팀 쿡 방문

  • 2024 4나노·2025 3나노 반도체 양산

  • 삼성은 2025 2나노·2027 1.4나노 양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중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파운드리 공장이 미국으로 속속 모여들면서다.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마저 미국에 첫 공장을 세우게 되면서 최선단 공정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이슈는 반도체 업계를 좌지우지할 핵심 이슈가 됐다. TSMC는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해 파운드리 1위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한발 앞선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점차 시장 내 입지를 넓힌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경쟁의 핵심 무대는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TSMC, 미국 첫 반도체 공장 증설···총 400억 달러 투자
7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피닉스 공장 장비 반입식을 진행했다. 이날 TSMC는 당초 계획보다 3배 늘린 400억 달러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리우 TSMC 최고경영자(CEO)는 “두 공장이 한 해 웨이퍼를 60만장 생산해 연 매출 400억 달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가동 예정인 첫 번째 공장은 4나노 반도체를, 2026년 가동 예정인 두 번째 공장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에 공급하는 TSMC의 반도체 생산이 대만 현지 공장에서 애리조나로 이동하는 것이다.
 
행사에 팀 쿡 애플 CEO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며 TSMC의 투자에 힘을 실어줬다. 쿡 CEO는 “애플이 새로운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구매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반도체에 자랑스럽게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찍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도 TSMC의 투자를 환영하며 미국 중심의 공급망 확대 의지를 다졌다. 그는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 TSMC의 이번 투자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애플은 해외에서 모든 첨단 칩을 구매했지만 이제 그들은 이러한 공급망을 안방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TSMC의 투자 확대에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사업 지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하며 반도체 분야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총 2800억 달러(약 370조원) 규모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4년 피닉스·테일러 공장 가동···‘3나노’ 경쟁 불붙는다
TSMC가 첫 미국 공장을 증설한 배경에는 정부 지원뿐 아니라 복합적인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견제를 심화하는 상황 속에 이를 역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은 대만 기업으로서 미국의 대중 견제에 힘입어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반도체 고객사는 TSMC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TSMC의 주요 생산거점인 대만보다 비교적 공급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실제 TSMC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피닉스 공장에서 3나노와 4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 또한 이미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TSMC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미 3나노 경쟁에서는 TSMC보다 한발 앞섰다.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면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한참 뒤처진 만큼 기술 경쟁력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이에 나노미터 경쟁은 삼성전자에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TSMC 피닉스 공장과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부터 최선단 기술을 둘러싼 양사 간 경쟁은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TSMC는 아직 구체적인 3나노 양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늦어도 피닉스 2공장을 가동하는 2026년 미국에서 3나노 칩을 제조하게 된다. 또 2025년 2나노, 2027~2028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16.5%로 2위를 기록하며 3배 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최신 기술 유출 등 우려에도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건 미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전략과 TSMC의 중국 관련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사실상 국제 정세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컴퓨터 칩 공장 건설 현장을 류더인 TSMC 회장(오른쪽), C C 웨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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