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퇴직연금 '2차 유동성 위기' 신호탄 될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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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2-12-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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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퇴직연금 자산 30% 빠져나가는데

  • 금리 낮고 당국 경쟁 자제 요구에 고객잡아두기 '불투명'

  • 이차역마진 우려도…중소사 유동성 위기론 여전

[사진=연합뉴스]


연말 만기 도래에 따른 금융권 퇴직연금 자산의 대규모 '머니무브'가 예상되고 있지만, 보험권은 기존 고객을 잡아둘 요인이 부족해 '제2의 유동성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금리가 타 금융권에 비해 높지 않을뿐더러, 금융당국이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자금 유치 경쟁 자제를 촉구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보험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100조원(생명보험 71조원, 손해보험 34조원) 규모로, 이달 약 30조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0%가량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으로, 기존 고객 잡기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험업계가 퇴직연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달 금융권이 각사별 퇴직연금 금리를 공시했는데, 보험권의 금리는 평균 5%대로, 증권사·저축은행의 7~8%대 금리보다 낮았다. 향후 금리를 올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퇴직연금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과당 경쟁을 골자로 한 행정지도를 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로 타사 물량을 뺏어오는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국은 최근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유출에 대비해 차입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데 이어,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 한도 규제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하는 등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중소 보험사들의 유동성 우려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푸본현대생명, IBK연금보험,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을 뜻하는 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등 퇴직연금 대규모 유출 발생 시 대응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부채는 9조5000억원으로 총 부채 대비 49%를 차지했으며, 롯데손보(9조2000억원)와 IBK연금(3조3000억원)의 퇴직연금 부채 역시 전체 부채대비 각각 52%, 32%를 기록했다. 

이달 일부 업체들은 5%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대형사보다 높은 6%까지 금리를 올려, 여전히 이차역마진에 따른 유동성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하나생명과 동양생명은 각각 6%와 5.91%를 최고 금리로 제시한 상태다. 이차역마진은 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자를 투자 이익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생보업계 전체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3%로, 현재 관련 금리가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책임연구원은 "퇴직연금 만기도래가 집중되는 연말‧연초에 보험사 자금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자금유출을 줄이고,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경쟁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탈에 대비한 선제적 현금 확보 등 유동성 관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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