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대한민국 '산업시계'… 일주일만 멈춰도 피해액 1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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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남라다‧한지연 기자
입력 2022-11-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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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효과 높이려 전략품목 운송 차단

  • 6월 당시 피해 컸던 철강업계 노심초사

  • 산업계 "민주노총 기획성 연쇄 파업"

[그래픽=아주경제]

# 철강업계는 24일 화물연대 무기한 파업에 신경이 곤두섰다. 포스코는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공장 전체가 잠기는 막심한 피해를 입고 시설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현장에서는 이에 아랑곳없는 파업에 ‘극에 달한 집단이기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한국무역협회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가동 중인 ‘수출물류 비상대책반’은 24일 파업 첫날부터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은 연말 대목을 앞두고 납품이 지연되면 손해배상금을 물고 거래까지 끊길 수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른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에 신음하는 중 물류대란까지 떠안게 된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더욱이 화물연대는 철강·자동차·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을 파업의 핵심 볼모로 잡고 있어 관련 산업의 연쇄 피해가 고조되고 있다.
 
◇파업 첫날, 조합원 절반 참여…세불리기 시동

24일 산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총파업 첫날인 화물연대의 집회 참여 인원은 9600여 명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여 명의 약 4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작부터 적지 않은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해 향후 규모가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이들은 전국 15개 지역에서 출정식을 진행한 후 산단, 주요 물류터미널·항만·산업단지 등에 분산해 거점투쟁에 나섰다.

특히 파업 효과를 높이고자 전략품목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부산 ‘컨테이너’, 포항 ‘철강’, 강원 ‘시멘트’, 경남 ‘조선 기자재’, 대전 ‘자동차 부품’ 등이다. 철강은 첫날부터 물류차질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시멘트‧완성차 업체들도 출하량이 평소 대비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0%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운송개시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다.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운송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30일간의 면허정지(1차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처분)가 내려진다.
 

지난 9월 6일 새벽 시간당 110mm 폭우로 침수된 포항제철소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계, 단기 대비책만…“장기 파업시 대책 없다”

기업들은 화물연대 총파업 시작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세워뒀으나 단기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파업에 피해가 가장 컸던 철강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5개 철강사는 6월 총파업 당시 72만1000톤(t)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서 피해액만 1조1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계 피해가 1조6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날 파업 시작에 약 5만t가량의 출하 물량이 벌써부터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하루 10t 물량의 출하를 원활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창고에 적재 물량을 쌓아놓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보관 장소 문제까지 불거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사의 긴급재를 우선적으로 이송한 상태”라며 “지난 9월 태풍 침수 복구를 위한 설비자재 입출고 운송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시멘트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상 9~12월까지 시멘트 수요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6월 운송거부로 인한 시멘트 매출손실 1061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철강‧시멘트 업계와 맞닿은 건설업계도 이번 파업으로 피해액 수천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의 주원료인 시멘트와 철강 출하가 당장 중단되면서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와 세운지구 등을 비롯한 현장 공사가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공기단축이 절박한 상황에서 이번 피해는 타격이 더 크다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절기가 오기 전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파업이 조기 타결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는 사업장이 더 늘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기가 3개월만 연장돼도 건설사가 치러야 하는 조달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차량용 반도체와 부품 공급난에 지난해부터 극심한 출고대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는 고객 주문차량 탁송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일반 탁송이 힘들어지면 출고 차량을 직접 몰고 탁송하는 로드 탁송으로 전환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극심한 인력난에 처한 조선업계는 인력난에 물류난까지 겹치지 않기 위해 파업 전 기자재 조기 수급에 만전을 기울였다. 파업 장기화 시 해상 운송 등 비상 대책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성수기를 맞은 유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날 화물차주들의 총파업 참여로 출하량이 평소 대비 70% 감소했다. 오비맥주 화물차주 180여 명 대부분이 화물연대 소속이며 이날 총파업 참여로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미리 수배한 임시차량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고, 겨울 비수기와 맞물리는 등 배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역시 직접적인 파업 영향권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화물연대에 가입된 화물기사가 130여 명으로 배송 차질 우려가 큰 기업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노조원 모두 정상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 유통비중이 큰 제주삼다수도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물량 확보에 나섰으며, 편의점업계는 이번 파업이 도·소매점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 5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무역적자 고착화 단초될 수도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체 화물노동자(42만명)의 6% 수준이나 각 지역 주요 생산거점의 출입을 막으면서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엄정 대응을 선언했으나 이러한 강경책이 파업 기간을 늘리게 될 경우 산업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을 민주노총의 기획성 연쇄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날 공공운수노조가 파업에 들어갔고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내달 2일에는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되는 등 운송 전 부문에 걸친 대단위 파업을 예고했다.

산업계는 이번 파업이 연말 수출 대목과 맞물린 점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간 이어져 계약 중단이 속출하면 무역적자가 사상최대치에 이르는 등 적자 고착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1~11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00억 달러(약 53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2008년(132억6700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무역적자국’ 전환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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