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서서히 지워 내는 선...아르코미술관 '일시적 개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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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11-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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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총 14팀 60여 점의 작품·아카이브 자료 선보여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 전시 전경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사 정보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문자 통역이 있을까?’ ‘수어 통역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표현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다애나랩’의 작품 ‘우리는 이미 펜스를 만난 적이 있잖아요’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의 벽에는 민감했지만 타인의 벽에는 둔감했다.

수어를 하는 그는 풍부한 표정과 함께 그동안 마주친 벽과 그 과정에서 한 생각과 혼란스러움, 변화를 위한 노력이 오롯이 전달했다.

“세상은 천천히 변한다”는 그의 답답함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일시적 개입’이 필요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을 오는 1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지난 18일 개막해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 및 기획자 14명(팀)의 작품 및 아카이브 자료, 참여 프로젝트 60여 점을 선보인다.

‘일시적 개입’ 전시는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지역(로컬)의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팬데믹 이후 안전과 연대, 돌봄에 관한 관심의 증대와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 국가 간 이동의 어려움으로 주변 지역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팀)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를 비롯하여, 신규 프로젝트까지 60여 점을 영상, 사진, 설치, 사운드 등 다각도로 선보인다.

권은비 작가는 새로운 연결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빨래 프로젝트’는 2015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분단국가인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신이 얼마만큼 일상적인 전쟁 위협에 적응해왔고, 국가적 대립으로 인한 불안이 얼마만큼 자신에게 내재 되었는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안을 씻어내고자 했던 작가는 이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채, 독일에서 전쟁과 냉전,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타인들과 관계 맺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불안을 나누는 제의적 퍼포먼스인 빨래를 시도한다.

‘붉은 비누2’에서는 타지에서 태어난 고려인이 느끼는 장벽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들은 붉은 비누에 ‘낯선’, ‘절망감’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물을 통해 이를 조금씩 지워낸다.

우 말리 × 밤부 커튼 스튜디오의 ‘환경으로서의 예술 - 자두나무 개울에서의 문화 행동’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는 예술을 통한 변화의 사례도 보여준다. 우 말리 × 밤부 커튼 스튜디오의 ‘환경으로서의 예술 - 자두나무 개울에서의 문화 행동’이 대표적이다.

예술을 통해 자두나무 개울의 오염을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과정을 담았다. 초중학교와 함께하는 예술 교육은 학생들에게 주변의 환경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꿔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아르코미술관은 그동안 주요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역 작가를 초청하고, 지역들과 연결을 도모하는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는 지역 간 경계 와해와 수도권의 탈중심화, 그리고 지역 간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대표적 전시로는 ‘지역 작가들의 제언전’(1998), ‘한국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1999·2000), ‘아르코 지역네트워크전’(2009·2012)이 있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아르코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관객들에게 물리적 장소를 넘어선 또 다른 장소와의 관계 맺기나 정서적 연대가 가능한 일시적인 공동체를 상상해 보고,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개입의 방식들을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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