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애들 밥이라도 먹여야 하는데"…자책하는 이태원 경찰관·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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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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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출소 경찰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지만 여력 안돼"

  • 가게 안으로 사람들 구조한 상인, 제사상 차려 절

이태원 파출소 전경. [사진=블라인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있던 일선 경찰관과 지역 상인들이 비통함에 빠졌다. 경찰과 상인들 중에는 참사 현장을 목격하고 사람들을 직접 구조한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자책감에 빠져 있다. 

2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는 이태원 파출소 경찰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 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젊은 경찰관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말마다 있는 금·토요일 야간 근무와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이어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거치며 대기 시간도 없이 112 신고에 뛰어다녔다"면서 "그러나 참사 당일 근무 직원은 탄력 근무자 포함 30명 이상이었고 시간당 수십건씩 떨어지는 신고 이외에 압사 사고를 예상해서 통제할 인원이 부족했다"면서 참사 시 통제할 수 없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태원 파출소 젊은 경찰관들은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블라인드에서 또다른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일 "이태원 관할은 아닌데 타관 내에서 지원갔다"고 밝히며 "아비규환 현장 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A씨는 "마음이 무거운 밤이다. 모두들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한 상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그래도 몇 명만 더 있었어도 괜찮았을 텐데...괜찮았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인근 상인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입을 모으며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상인은 "대통령 경호하는 데는 수백명의 경찰을 쓰는데, 10만명의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200명밖에 없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방영된 MBC ‘PD수첩’의 ‘긴급 취재 이태원 참사’ 편에서는 참사 현장 골목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상인 한 명이 간단히 차린 제사상을 들고 골목에 나와 죽은 이들을 위해 절했다. 

그는 제지하는 현장 경찰관에게 "현장이니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경찰관들이 그가 차린 제사상을 치우려고 하자 상인은 “그러지 마세요. 저기(제사상)는 놔둬요. 손도 대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도 울음을 터뜨렸고, 경찰은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우는 상인의 어깨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해당 상인은 참사 당일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생명이 그의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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