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말이 씨가 될 거란 믿음을 버려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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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10-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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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는 걸까. 연일 낙관론이다. 

한국경제 앞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몰려오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이른바 '3고(高) 현상이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서 겨우 벗어나나 했더니 이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등 난제가 산적하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으로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까지 쪼그라들고 있다.

이른바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유독 고전 중이다. 지금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호주 맥쿼리캐피털은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거론하며 한국 원화가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라고 꼬집었다.
 
비어가는 외화 곳간도 문제다. 외환보유고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극심한 킹달러 여파로 자본 이탈이 늘면 제2의 외환위기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현재 상황이 복합적 위기인 건 맞지만, 과거 외환위기 재현 가능성에는 거리를 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현재가 복합적인 위기인 건 맞다. 수출 경쟁력 저하와 시장 변동성에 대해 정부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외화 자금이 부족하고 조달이 어려운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퍼지고 있는 지나친 불안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책의 올곧음도 좋지만, 위기 상황에서 낙관론만 반복하는 건 위험하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에 방문해 "한국은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며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장담했다.

괜찮다는 정부와 달리 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위축돼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불안에 떠는 시장에 정부는 '24시간 모니터링', '필요할 때 적절한 조치'라는 단어만 읊어댄다. 정부가 보는 위기 상황이 언제인지, 준비하고 있는 조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 

정부는 빨간불 켜진 경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괜찮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한국 경제를 둘러싼 난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연준의 긴축정책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말이 씨가 될 것이란 믿음은 이제 멈춰야 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촘촘한 대응책을 준비해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의 외환위기는 물론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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