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허지웅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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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1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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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은 많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록할 수 있는 수단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늘어났다. 허지웅 작가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지웅 작가 [사진=김영사]


Q. 글을 쓸 수 있는 직업들은 많잖아요. 기자도 하셨고요. 그럼에도 작가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글을 쓰는 이유가 궁금해요.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이후 삶에 있어서 가장 달라진 건 뭔가요?
A. 글로 쓰지 않으면 삶의 무엇이든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내가 이 생각을 글로도 정연하게 정리할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권하거나 말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도 자주 생각합니다. 글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일이 없어서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전에는 등록금과 집세와 생활비를 버느라 정신이 없는 학생이었을 뿐이니까요.
 
Q. 직업만족도가 궁금해요. 5점 만점에 몇점이고 누군가 길을 가다가 작가님의 직업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말해줄 건가요?
A. 행복하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재능이 이것밖에 없다면 해도 좋습니다만.
 
Q. 인생에서 진짜 귀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삶에 어떤 단어들을 채우고 싶나요?
A. 삶을 통해 터득한 나의 가장 빼어나고 아름다운 것들을 후대에 그대로 전수해내는 것. 삶은 단어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Q. 투병 이후 작가님께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글에서만 봐도 예전에는 까칠함이 묻어 있었는데 지금은 차분하고 담담하고 조용한 어조 속에 묵직한 울림이 느껴져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스스로 투병 이후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A. 없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타인의 몫이기 때문에 부정하거나 긍정할 생각 또한 없습니다.
 
Q. 고난을 당했던 자신,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버티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힘들었던 시간들이 피해의식이 되어 당신을 휘두르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마세요. 두 번째, 옳고 그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고 따르지 말고 거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다만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허지웅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Q. 작가님의 요즘 꿈은 뭔가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고 ‘아는형님’에서 말씀하셨었는데 작가님에게 지금 잘하고 좋아하고 해야 하는 일은 뭔가요? 그리고 지금까지 무엇을 향해 달려왔고 지금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A. 정확히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였습니다. 막연하게 떠올리거나 애초에 바뀌지 않을 것에 대해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요. 저는 좋은 글을 쓰는 것 이외에 관심이 없습니다. 점점 더 거대한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사라지고 작은 것들에 눈길이 갑니다.

전작이 젊은이들에게 하는 유언 같은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오늘 아침에 친구와, 식구와 다투고 나온 사람들에게 저녁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을 일러주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각자 힘든 시간을 버티며 이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 수많은 이웃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A.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요즘 따라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평정을 잃은 상태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가 많다는 증거입니다. 늘 평안하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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