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공급측면 인플레이션 금리인상만으로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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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자유시장연구원장
입력 2022-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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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미국의 9월 물가상승률은 8월(8.3%)에 비해 상승세가 소폭 둔화된 수치지만 주거비와 식료품비 급등으로 시장의 예상치 8.1%보다 높은 8.2%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비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6.6%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근원 물가상승률은 7월 5.9%에서 8월 6.3% 9월 6.6%로 계속 상승 중이다.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음에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정점에서 먼 상태임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고물가의 장기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현재 상단기준 3.25%인 연방기금금리가 연말에 4%대에 진입하고 내년에는 5%대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서 11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1.8%까지 올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물가 지표가 나온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0%에 육박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엔·달러환율이 147.27엔을 기록하며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달러환율도 1439원으로 상승했다.

미 연준이 다음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하는 경우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3.75∼4.00%가 된다.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 금리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가 3%까지 인상되어 기업과 가계의 금리부담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미 간의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 이상 다시 벌어지며 환율 상승의 압박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환율이 147.27엔을 기록하고 원·달러환율도 1439원까지 상승해 시장에서 외자유출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위험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2일에 이어 연이어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높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한·미간의 금리차는 지속되어 외환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시장도 폭풍전야다. 이미 3% 기준금리에도 대출금리가 7%대를 돌파하며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압박하고 있는데 설상가상 추가 빅스텝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대출금리가 8%대에 진입하면서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부실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 심하면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되면서 금융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다. 가계붕괴와 기업부도 확산으로 경제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2bp를 넘어서면서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금융시장 외환시장이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온통 살얼음판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실기하지 않고 적기에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대책도 필요하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도 늦지 않게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재정상태가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므로 과거 위기 때처럼 재정방파제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금융시장 외환시장 안정조치를 사전적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때다.

가장 큰 문제는 미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해 세계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데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번 인플레이션이 공급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번 인플레이션은 물론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더 큰 세계경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제로금리정책과 양적완화로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최근 인플레이션의 고공행진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 폭등 및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중요 요인이다. 이 모두 공급충격이다.

경제원론에 나오는 간단한 수요공급곡선으로 살펴보자. 초기에 공급곡선 S1과 수요곡선D1이 만나는 점에서 물가P1과 성장률Y1이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같은 공급충격이 발생하면 공급곡선이 좌상향S2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물가P2와 성장률Y2가 된다. 이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그런데 근본원인인 공급충격을 해소하기 보다 금리만을 올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통화정책은 원래 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이다. 경기 과열이 예상되면 금리를 올려 투자 소비를 줄이고 경기 수축이 에상되면 금리를 내려 투자 소비를 진작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물가도 조절된다. 그런데 이번 같은 공급충격에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는 수요위축 정책을 사용하면 수요곡선은 D2로 이동해 물가는 다소 잡히겠지만 엄청난 성장위축이 오는 것이다. 

 

[<공급충격과 금리인상 영향>]

[<미국의 인플레이션 금리 성장률> 자료: 미국 센트루이스 연방은행, 모두 전기비연율(%)]


이런 정책을 사용했던 것이 1차 2차 석유파동 때이다. 1차 2차 석유파동으로 에너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1차 석유파동 때는 미국 연방기금금리를 11%까지 올리고 2차 석유파동 때는 19%까지 천문학적으로 올렸다. 그 결과 높은 물가는 시차를 두고 잡혔지만 성장률은 시차를 두고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높은 공급충격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엄청난 고용한파를 가져왔던 성장률이 제자리로 회복되는 데는 1차 2차 석유파동 공히 2~3년이 걸렸다.

이번 에너지와 곡물가격 급등 및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을 금리인상만으로 잡으려 하는 경우 1차 2차 석유파동 때와 유사한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1일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서문에서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년에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 같은 상황을 느낄 것이다”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를 날린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폭풍 구름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들이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IMF 경고는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워싱턴 D.C.에서 모인 연차총회 자리에서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중국의 경기침체라는 거대한 도전 속에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2%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면 내년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 7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은데다, 2%를 하회할 가능성이 25%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과거 1차 2차 석유파동 경험을 보면 내년 침체로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킹달러로 인한 환차익을 누리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급속히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동아시아가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IMF 블룸버그 모건스탠리 등 유수 경제예측기관들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금부터 금리인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치밀하게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폭풍의 계절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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