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 脫세계화에 무역보다 非상사업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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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0-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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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LX 인터, 비상사 영업익 105%↑

  • SK네크웍스 등 투자회사 전환 잰걸음

포스코인터내셔널·LX인터내셔널 등 국내 종합상사 대부분이 전통적 중개무역 업무보다 제조·서비스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탈세계화(Deglobalization) 분위기가 강해지고 글로벌 주요국이 스스로 공급망 확보에 신경을 쓰면서 중개무역 업무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진 상사가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상사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종합상사 영업이익 비중에서 상사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작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SK네트웍스는 상사업무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비(非)상사업무에서 대규모 이익이 발생해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상사업에 대한 영업이익 비중은 105% 수준까지 급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LX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비상사업무 비중이 각각 55%와 3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상사업계에서는 향후 더욱 비상사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최근 포스코에너지와 추진하고 있는 합병을 통해 기존 종합상사에서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포스코인터가 올해 7월 멕시코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착공한 것도 별도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도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올해 들어 스타트업 7곳에 투자를 진행하며 경쟁력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국 첨단 농업 스타트업 '사반토'에 400만 달러(약 52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5월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LX인터도 지난해 LG그룹과 계열분리한 이후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 인수전을 주도해 비상사업무로 영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더욱 비상사업무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합상사들이 이같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탈세계화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로 글로벌 무역이 줄어든 가운데 글로벌 주요국들도 자국 중심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전기차에 일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도 특정 국가를 그룹화해 '칩4 협의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도 자국 기업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가치 사슬 구축에 집중하는 등 뚜렷한 블록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주요 자원 등도 각 국가들이 서로 확보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이전만큼 중개무역이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합상사로서는 전통적 중개무역보다 다른 사업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글로벌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경기가 위축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중개무역에 힘을 쏟기 어렵게 만든다. 경기가 활성화해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업이 진행돼야 사업 기회가 많은 중개무역 특성상 경기 위축 시기에는 업황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전통적 중개무역보다는 신규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게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며 "여러 종합상사가 사명에서 상사를 떼어내고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남부에 건설한 곡물터미널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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