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주들은 왜 신라젠 주식을 던지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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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10-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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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는 신라젠 주주들. [사진=연합뉴스]

투자 실패로 가계 경기에 '대공황'이 닥친 적이 있다. 때는 2019년 8월, 적금을 깨고 투자했던 신라젠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다.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한때 시가총액이 셀트리온에 견줄 만큼 주목받던 기업이다. 2014년 '펙사벡'이라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사를 인수했고, 2016년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같은 해 12월 상장 직후 1만원대였던 주가는 1년 후인 2017년 11월 24일 15만2300원까지 오르며 '바이오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큰 기대를 모으던 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한 건 2019년 8월 개장 직전 신라젠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개발 중인 신약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공시하면서다.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신라젠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4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2019년 7월 3조5899억원이던 신라젠 시가총액은 8월 1조409억원으로 70% 넘게 감소했고 주가는 8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이후 대표 배임 혐의까지 겹치며 주가는 더 떨어졌다.
 
당시 원금 절반 이상을 날리며 '눈물의 손절'을 했던 기자에게 신라젠은 '아픈 손가락' 그 자체였다. 신라젠의 '신' 자만 들어도 뒷골이 찌릿했고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놀리던 친구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다.
 
그 후 3년이 흘러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며 다시 신라젠을 들여다봤다. 많은 투자자들은 왜 '패닉 셀'이 나오던 그때까지 이 회사를 손절하지 않았을까. 무엇 때문에 아직 이 기업이 개인 주주가 전체 지분의 92.6%를 보유한 코스닥 개인 주주 비율 1위 기업일까.
 
취재를 종합해 보면 주식 거래 정지로 매도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를 제외하면 다수의 소규모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 회사의 기술을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 임상 실패가 사업 전반의 패망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젠을 500주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한 주주는 "신라젠 임원 중 다수는 미국 암젠 등에서 근무한 신약 개발 전문가들"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사, FDA(미국 식품의약국), EMA(유럽 의약품청)를 이해하는 부분에서 미국 신약 개발 경험자들이 많은 것을 메리트로 봤다"고 설명했다.
 
주식 거래 정지로 피해를 입은 신라젠 주주들이 문제의 원인을 한국거래소로 돌리는 것도 여타 회사와 다른 점이다. 이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국거래소 앞에 일정 기간 모여 '거래 정지'나 '상장 폐지'가 부당하다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가 1차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매도를 이유로 드는 주주들도 있다. 만약 신라젠 주식이 상장폐지될 경우 공매도 잔액 800억원은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 주주들은 왜 거래소가 공매도 세력에 유리한 결정을 한다고 생각할까.
 
2016년 한국거래소는 공기업에서 해체돼 민간 기업이 됐다. 그런데 거래소 주주 명부를 보면 증권사, 투자회사 등 기관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주장은 거래소 운영에 있어 우대해야 하는 고객이 기관투자자이고 이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장 폐지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라젠 주주인 이모씨는 “한국거래소에서 AA 등급을 주고 기술 특례상장으로 상장한 신라젠"이라며 "그러면 기술만 봐야지 상장 3~4년 전에 일을 가지고 지금 상장폐지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라젠은 올 초 1심인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의결했지만, 시장위원회가 6개월 개선기간을 부여하며 거래 재개의 불씨를 살렸다. 올해 8월 18일 개선기간이 종료됐고, 신라젠은 지난 9월 7일 개선 계획 이행 서류를 제출했다. 상장폐지 여부는 이달 12일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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