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문계약서 '고의(wilful)'...'미필적 고의'까지 포함 가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진영 기자
입력 2022-10-07 09: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보험 계약상 면책 조항서 'wilful' 해석이 쟁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에 'wilful(고의적)'이란 표현을 해석할 때 '계획적 고의'와 '미필적 고의' 모두 해석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전 대법관)는 A자산운용사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07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금으로 120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시행사에 빌려줬지만, 2013년 개발 사업은 최종 중단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

투자자들은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A사가 일부 패소해 12억여원을 지급했다. A사는 현지 시행사의 주식에 근질권(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실한 채권을 담보로 할 목적으로 설정되는 질권)만 설정하고 다른 담보를 확보하지 않은 책임과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됐다. 

이후 A사는 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맺은 B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결국 A사는 2017년 보험료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보험 계약상 면책 조항에 등장하는 'wilful'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다. 영문으로 작성된 A사와 B사의 계약서에는 '피보험자에 의한 의도적 사기행위 또는 의무해태 또는 고의적(wilful) 법령 위반으로 배상이 청구된 경우 손해를 배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1·2심은 'wilful(고의적)'을 '계획적 고의'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 고의가 아닌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면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걸 알고도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면책 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계획적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건,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