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위기감 커지는 'K바이오'..."자금조달 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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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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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오롱생명과학]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3회 연속 단행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1월에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며 바이오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확률이 높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잇따른 금리 상승으로 바이오벤처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자금난에 처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달아 고금리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고 있다. 일부 CB 만기 이자율이 최고 7%에 달하면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적신호가 켜지는 모습이다.
 
전환사채는 사채 형태를 띠지만 특정 시기가 되면 투자자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이다. 투자자로서는 회사 경영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고 매각하거나 만기까지 이자를 받다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발행사로서는 일반 채권보다 이자율을 낮춰도 매각이 가능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지속적인 답보 상태를 보이면 바이오업계는 연구비 조달 등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지속적인 '자이언트 스텝'으로 거의 0%에 가까운 금리에 발행되던 바이오업계 전환사채 이자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세포 치료 개발기업인 코오롱티슈진이 지난 7일 거래소에서 부여받은 개선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330억원 규모 영구 CB를 발행했는데 만기보장 이자율(수익률)은 5.8%였다. 면역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인 엔케이맥스가 지난 4월 발행한 360억원 규모 CB 또한 만기 이자율이 7%에 달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CB발행 총액 추이 [자료=키움증권]

이미 CB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업체는 최근 만기 전 반환 사례 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낮은 주가와 높은 금리가 지속되면 투자자들로서는 당장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2021년 증시 상장 바이오업계가 발행한 전체 CB 규모는 약 3조16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EDGC, 카나리아바이오, 유틸렉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올해 만기 전 CB를 취득해 투자자에게 상환했다.
 
내년 본격적인 CB 반환 폭탄이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작년 대규모로 발행한 CB 상환 기한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테크에 투자금이 넘쳐나던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최근 분위기에서 상장사 CB 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상장 일정이 불투명한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자금난이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바이오테크에 대한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 대비 바이오테크가 연구개발(R&D) 성과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은 중장기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기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유동성 축소에 따른 나비효과, 전통 제약사 수익성 개선 여부, 언더도그 생존 전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며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글로벌 유통망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바이오테크 업체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술 성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고 이는 주가를 관리해야 하는 상장사뿐만 아니라 IPO(기업공개)가 필요한 비상장사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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