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적절하게 구사...이복현 금감원장의 100일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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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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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당시 ‘최연소·검사 출신’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순조로운 출발에 성공했다는 시각이 많다. 업권별로 채찍과 당근을 혼용하며 단숨에 장악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칼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각종 금융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바짝 조였다. 최근에는 조직을 재정비하며 성공적 업무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본격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향후 역량을 가늠할 최대 시험대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시점의 '위험성 대처' 능력이 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의 지난 100일간 행보는 크게 ‘업권별 간담회’와 ‘범죄 척결 움직임’으로 나뉜다.
 
지난 6월 20일 시중은행장들과의 대면을 시작으로, 금융투자·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상호금융·빅테크 등 각 업계 대표들과 차례로 만났다. 간담회별 분위기는 상이했다. 은행에는 '이자장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강경 기조를 시사해 긴장이 감돌았다. 반면 여신업체, 저축은행 등과의 만남에선 격려와 당부를 적절히 혼용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빅테크 업체 대표들과 만났을 땐, 편안한 옷 차림으로 나타나 소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이 업권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 부분은 검사 출신 이 원장의 최대 강점으로 부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취임 후 우리은행 내 700억원 횡령 및 2조원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 정황 등이 잇따라 터지자, 신속한 상황 파악과 진압에 나섰다. 발빠른 검사 착수는 물론, 수시로 문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금융사가 자체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제2금융권에선 올 들어 연체율이 폭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저축은행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작업성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수면 위로 끄집어 내기도 했다.
 
자산운영사 경영진의 차명 투자 의혹 등에 대한 조사도 강화했다. 그 결과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쌍용차 매각 관련 '먹튀' 논란이 있었던 에디슨모터스를 검찰사건으로 신속히 이첩하며 공조 효율성도 높였다.
 
최근에는 불법 공매도 엄단을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했다. 향후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외에도 정보수집 등의 업무를 폭넓게 맡는다. 동시에 감찰실을 신설했고, 금융상황분석팀도 부활시켰다. 이를 통해 필요한 부서에는 과감히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단기적 과제는 이달 말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이후의 상황 대처다. 앞서 이 원장은 연착륙 유도를 위해 금융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업권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지원, 1금융권의 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유지, 업체별 건전성 관리 등을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초기) 이 원장은 직관적이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향후 코로나 금융 지원 종료 관련 손실 흡수 외에 금융·증권범죄 '척결' 등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가 역량 판단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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