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악화된 교역조건…국민총소득 끌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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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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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2분기(4~6월)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뒷걸음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데 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지갑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수출 둔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 내수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는다면 하반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1.3%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감소 폭은 2020년 2분기(-2.0%) 이후 가장 컸고, 한은이 7월 발표한 속보치(-1.0%)보다 크게 나타났다. 

실질 GNI는 국민이 생산 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수출입 물가 등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하고, 한국 국민이 국외에서 노동·자본 투입으로 벌어들인 순수취 소득을 더해서 산출한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0.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미 발표한 속보치와 같았다.

국내총생산이 늘었는데도 국민총소득이 줄어든 주된 원인은 교역조건 악화 때문이다. 2분기 실질 무역손실은 28조원으로 1분기(19조원)보다 9억원이나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이 치솟자 수입물가 부담이 대폭 커졌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 급등한 1354.9원에 마감됐다. 1342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1350원을 넘어섰고, 오후 들어 1355.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날 기록한 장중 연 고점(1352.3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 하락도 교역조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간 소득을 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5조3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실질 GNI 감소가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관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최근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성이 큰 반도체와 원유 가격에 의해서 교역조건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민간소비 등 내수 경제도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올해 1·2분기 각각 0.6%, 0.7% 성장했지만 하반기 성장세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소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고꾸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3·4분기에 0.1~0.2%씩 성장하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원화 강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한 1인당 국민총소득 역시 올해는 꺾일 가능성이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경제성장률과 원화 가치는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다.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으로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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