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공급 중단에도 '의기양양' 러시아, EU만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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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9-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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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프롬, 서방 제재를 가스 공급 축소 원인 지목

 

러시아 가스프롬 알렉세이 밀러 CEO [사진=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지만 유럽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측은 가스 공급을 원한다면 자국을 향한 제재를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가스 공급 축소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가스량 조절을 통한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러시아가 31일부터 3일까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가 독일로 가스를 유통하는 통로다. FT는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가스 공급을 조절하며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 공급 비중이 높은 독일부터 공략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공급하는 가스량을 40% 수준으로, 7월에는 절반으로 줄였다. 현재도 러시아로부터 오는 가스량은 평년의 20%에 그치는 수준인데, 이번에는 공급 자체를 중단했다. 평년의 20%로 가스 공급량이 줄어든 사이 독일의 에너지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로 공급되는 가스량도 조절하기 시작했다. 지난 30일 AFP·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다음 달 1일부터 가스 대금을 다 받을 때까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에 통보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당초 가스공급량 감소만을 시사했지만 완전 중단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가스프롬은 가스 구매자가 전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은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도 평소 최근 들어 가스 공급량이 2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각국 외무장관은 31일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관광 비자 간소화 중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또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비자 발급 전면 중지에서는 한발 물러난 조치다.

앞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럽의 규탄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러시아 관광객을 금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닌 일반 러시아인을 상대로 한 처벌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관광업이 발달한 국가도 같은 이유로 비자 전면 중지에 반대를 표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압박에 유럽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유럽과 시장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9일 가스 저장고의 80%를 채웠다. 11월까지 가스 저장고의 80%를 달성하겠다고 한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시장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완전 중단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과 유럽의 정치적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스관 공급을 통한 러시아의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프롬은 서방의 제재 때문에 부품과 서비스가 부실해져 문제가 심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CEO는 31일 "서방 국가들이 너무 많은 제재를 부과해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서방의 제재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가스 공급을 전처럼 회복할 뜻이 없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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