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비싸게 속여 계약 후 매도"…피해자 대부분 2030 청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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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2-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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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주인·공인중개사 담합 사기 있어…주변 다른 중개업자 등에 확인 필수"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사진=연합뉴스]

 

#. 직장 때문에 상경해 서울 금천구에서 언니와 같이 사는 최모씨(26세)는 2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잃게 생겼다. 갭투기를 통해 수백채를 넘게 보유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짜고 내놓은 전세를 속아 계약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빌라 가격과 집주인의 채무 등을 속였다. 이후 집주인의 채무와 세금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해당 주택은 공매에 넘어갔다. 현재 공매는 3차까지 진행 중인데 아직 매수자가 없어 전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황기를 누리던 주택시장이 꺾이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다세대·연립주택(빌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본전을 못 찾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 사기행각이 드러나며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벌어진 다양한 전세사기에 20~30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나쁜 임대인은 총 203명(개인 179명·법인 24명), 이들이 떼먹은 전세보증금 규모는 7824억원(3761건)에 달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젊은층이었다. 연령별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10대 1건(4억) △20대 788건(1601억) △30대 2019건(4204억) △40대 590건(1240억) △50대 229건(505억) △60∼90대 114건(249억) △법인 20건(21억)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세보증금 피해 규모 중 절반을 넘는 75%가 2030 청년층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전세 사기 사례를 보면 건축사업자는 수년간 신축 빌라 500여 채를 지어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그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세입자를 상대로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액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전형적인 ‘갭투자’ 방식이며 이렇게 맺은 전세 보증금 규모는 1000억원에 달했다. 계약 이후에는 제3자에게 빌라를 팔고 잠적했다.
 
기본적으로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셋값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만큼의 투자금액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추후 부동산시장이 좋을 때는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리기 좋다.
 
특히 신축빌라의 경우 시세 파악이 어렵고, 공인중개업자와 집주인, 분양대행사 등이 한패가 돼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중개업자가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게 매매 시세 2억원인 신축빌라를 전세보증금 2억5000만원으로 소개한다. 이어 건축주나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게 한 뒤, 임대사업자가 이 집을 2억원에 매입하면서 갭투기가 이뤄진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더 높기 때문에 자기 자본 없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백 채에 이르는 주택을 소유하는 투기꾼들이 있다. 이때 공인중개업자는 단기간만 영업하고 대부분 도망친다. 추후 이 자본은 빼돌려진 경우가 많고, 집값이 떨어졌을 경우 투기꾼들은 집을 팔더라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특히 신축 빌라의 경우 분양가는 있지만,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전셋값이 높게 형성되는 일이 있다”며 “이 같은 경우는 분양업체와 그들과 함께하는 공인중개사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신축빌라 전세가 사기라고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계약을 할 때는 주변 중개업소를 확인해보고,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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