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쉬움 남긴 尹 정부 '규제개혁 1호'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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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8-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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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공약이 백지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25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에 대해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던 2차 규제심판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윤 정부의 '규제개혁 1호'로 꼽혔던 대형마트 규제 폐지 공약이 한 달 만에 파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업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반대여론에 부딪혀 결국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준비가 덜 된 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예견된 촌극'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인기투표나 다름없는 여론수렴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결론을 내리려 한 발상 자체가 안일했다는 반응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당시인 2012년에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했던 사안을 어설픈 접근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라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여론수렴 과정도 원활치 않았다. 대통령실이 진행한 대국민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의 '좋아요' 수는 57만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정책에 반영되는 톱3 안에 든 것이다. 이는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란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정부는 어뷰징 등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저버렸다. 대통령실은 선정 무산에 대한 별도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래픽=아주경제]

이후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국민에게 의견을 다시 물었다. 정부가 규제개혁의 의지를 다시 천명한 것이지만, 여론의 향방은 전혀 달랐다. 지난 5~18일까지 진행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 온라인 토론장에는 총 3073명이 찬반 투표(중복투표 불가)를 진행했다. 전체 투표자 중 2689명이 ‘규제개선 반대’에 동의했다. 응답자의 약 87.5%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대국민 투표 때와는 정반대 결과다. 반면 ‘규제개선 찬성’과 ‘상생방안 등 찬반 외 의견’에는 각각 337명(11.0%)과 47명(1.5%)만이 표를 던졌다. 국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 간 갈등 요소가 산재해 있는 '규제 철폐' 결정을 전적으로 여론에 의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보호와 맞물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밥그릇 싸움이고 첨예한 대립 양상인 만큼 중소상공인의 반발이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 중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들이 즉각 반기를 들고일어났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정의당 등 노동·시민사회·진보정당은 지난 24일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정부에 맞서 싸울 진용까지 갖췄다. 

여기에 휴일 쉴 권리를 보장하라며 마트 노동자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든 모양새다. 10년 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 갈등만 재점화하는 등 혼란만 낳고 끝난 셈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점도 국정동력을 상실한 계기가 됐다.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2%로 낮은 편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정권 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규제개혁 추진 초기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했어야 했다. 또한 공청회, 간담회를 열고 전통시장과의 상생방안 등 절충안을 마련해 중소상공인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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