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상처만 남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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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8-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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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야심 차게 쏘아 올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말 규제 개혁을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논의를 10년 만에 내놓았지만, 소상공인 업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건강한 유통질서 확립과 전통시장 활성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 보장 등을 위해 지난 2012년 처음 실행된 제도다. 대형마트는 월 2회 휴업해야 하며, 0시~오전 10시에는 영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소상공인의 사업영위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당장에는 제도 변경 없이 현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최상목 경제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이날 의무휴업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던 2차 규제심판회의도 잠정연기됐다. 회의를 주관하는 국무조정실은 물론 추후 진행방식에 대한 논의 이후 회의를 계속 추진할 거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이미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소상공인들은 이미 상처가 깊다. 대형마트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먼저 구하기보단 국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론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한 클릭 수 조작) 논란으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됐지만, 소상공인들은 산업계와 국민의 반대를 딛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해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합의 없는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는 뒤늦게 규제심판회의라는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해당 협상 테이블에서도 현장 전문가가 아닌 민간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해 소상공인업계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인기투표에 부치기 전에 소상공인업계의 의견을 먼저 묻고 논의했더라면 갈등이 이렇게까지 치닫진 않았을 거다”면서 “규제 심판회의 참석자들만 봐도 정부가 정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혁신과 소통의 부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소상공인에게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코로나19와 고물가 등으로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소상공인 경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마저 폐지된다면 그야말로 생사의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준비 없는 정책 추진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어떤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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