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대란] 저임금·고위험 일자리에 외국 인력 채우겠다는 尹정부..."미봉책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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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8-1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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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외국 인력 1만6000명 긴급수혈...구인난 해소 지원

  • 전문가들 "급한 불 끄는 것에 불과...본격 논의 시작해야"

8월 8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에 붙은 구인공고. [사진=연합뉴스]


조선업과 제조업 등 임금 수준은 낮지만 고용 강도는 높은 업종에서 '구인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문턱을 낮춰 노동시장에 대거 투입해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당장 급한 불만 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난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빈 일자리 23만개..."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하겠다"
정부가 조선업과 제조업 등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근로자에게 저임금·고위험군 일자리로 인식돼 일손이 부족한 업종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4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최근 구인난 해소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조선업과 뿌리산업, 택시·버스업, 음식점·소매업, 농업 등 5개 부문에서 특히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파악한 '빈 일자리 수'는 23만4000개로, 2018년 2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6월 기준 구인 수를 보면 조선업 4800명, 뿌리산업 2만7000명, 음식점과 소매업 1만4200명, 택시·버스업 2300명 등이다. 한 달 이내에 채용이 가능한 일자리 수를 뜻하는 '빈 일자리 수'는 구인난을 파악하는 지표로 쓰인다.

고용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지연을 겪었고, 이에 따라 이들 업종에서 구인난이 일어난다고 봤다. 이정한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들은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에 정부는 그간 외부 인력을 통해 이를 지원했는데 코로나19로 입국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입국이 지연돼 현지에서 대기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 3100명, 조선업 400명, 농·축산업 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외국인력 도입 규모도 2019년 대비 약 35%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외국 인력 쿼터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을 신속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뿌리산업 등 제조업에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린다. 이에 따라 기존에 1만480명이었던 해당 산업 쿼터는 1만6480명으로 늘어난다.

조선업은 전문인력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지난 4월 용접과 도장공 쿼터 폐지 등 특정 활동 비자(E-7)를 개선했는데, 올해 9월 이후부터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농·축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인력을 600명 확대해 2244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통상 3분기와 4분기로 나눠 발급하던 신규 고용허가서는 이달 중 조기 발급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이를 통해 입국 대기자 6만3000명의 신속한 입국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 중 5만명은 이달부터 매달 1만명씩 들어오게 해 상반기 입국자를 포함한 연내 8만4000명을 입국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용부는 올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26만4000명)를 2019년 말(27만7000명)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정책관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지연되면서 코로나19 이전 대비 전체 (외국인력) 수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2019년 수준으로 맞춰줄 필요가 있어서 외국인력 쿼터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로는 역부족...본격적인 논의 필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가 예상보다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저임금·고위험으로 조선업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빈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 도입으로 채우겠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당장 구인난 애로를 해결하는데 숨통 터주자 정도"라며 "앞으로 한국 사회에 닥칠 인구 부족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빈 일자리 문제를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외국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되레 내국인의 임금 하향을 부추겨 고용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조선업계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과 하청 구조 등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외국인력으로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건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을 인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일단은 외국인 근로자로라도 빈 일자리 채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도 '조선업 기피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국가별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 강도, 임금 수준 등을 공유한다. 당장은 내국인을 대신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국 인력도 해당 업종에 취업하는 것을 외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업종에서 발생하는 구인난을 제대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최 교수는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을 허용하는 문제나, 여성인력 활용, 정년 연장 등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구인난의 본질적 원인은 저임금·고위험 등 열악한 근로환경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며 "원·하청 하도급 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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