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압박받는 韓 전기차…'공급망 다변화‧배터리 내재화'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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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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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2024년부터 미국에서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는 중국산 배터리 소재가 전 세계 공급망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물리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 수급의 다변화와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는 등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美 완성차 업계 강력 반발…“상황 지켜봐야”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7일(현지시간) 배터리 보조금 정책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총 4300억 달러(약 558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오직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만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이다.

세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인 리튬과 니켈, 망간 등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만 공급받아야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40%에서 2026년 80%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의 북미 제조비율도 50%를 기준으로 삼고 2028년에는 100%까지 확대한다.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차전지 완제품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2.3%다. 음극재(85.3%)와 반제품(78.2%), 양극재(72.5%), 분리막(54.8%)도 50%를 넘어선다.

해당 법안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난감한 처지다. 대미 전기차 수출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고 2025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구축을 확정하는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던 상황이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해당 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배터리 소재 의존도를 당장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올해 말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유예 가능성 등 입법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해당 법안은 12일께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어 아직 최종 확정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계책이 아니냐는 평가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완화보다 기업 투자를 억제해 일자리 축소와 성장 저해라는 역풍을 몰고 올 것이라 비판했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美 공급망 유치 신호…단기적 타격 없을 듯

한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라며 시기만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세계 각국 완성차 업체들마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의 높은 의존도 탈피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시각이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을 보여 해당 법안으로 인한 보조금 손실이 우려할 수준까지 아니라는 진단이다. 향후 공급망에서 배터리 가격대를 낮추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배터리 내재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법안으로 테슬라가 당장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제한된 생산물량에 큰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SUV와 픽업트럭 등 내연기관차 인기모델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힘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판매는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에 맞춰 배터리 내재화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재화 흐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억제 명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상당수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의 촉진제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제조사별 보조금 지금 수량 철폐, 보조금 장기 지급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미국 내 관련 공급망을 유치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급망 변화로 인한 신흥국의 부상을 점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이 전 세계 매장량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리튬은 칠레와 호주, 아르헨티나가 각각 44%, 22%, 9%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 30.7%, 필리핀 12.9%, 러시아 11.3%의 비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해당 광물의 정제과정과 완제품 조립 등에서 우위를 보여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가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문제는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이 수출 보복을 가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느냐가 또 다른 쟁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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