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한 이용객이 머그잔의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까지 넉 달 남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앞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앞세웠지만, 지적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12월 2일에는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때 닻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라벨 붙이고 회수된 컵 보관하고 닦기까지...추가 비용 산적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비용'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낸 뒤, 컵을 반납할 때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바코드가 찍힌 특수 라벨을 구매해 일회용컵에 일일이 붙여야 한다. 라벨은 장당 6.99원이다. 라벨을 주문할 때는 1개당 보증금 300원을 선지급해야 한다.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수수료도 점주들의 몫이다. 

소비자가 반환한 일회용컵을 처리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회수업체에 컵 종류에 따른 처리지원금도 지불해야 한다. 투명하거나 무지인 '표준용기는 4.4원, 컵 표면에 인쇄물이 찍힌 '비표준용기'는 11원이다. 라벨 하나를 구매하는 데 컵당 최소 311.3원에서 315.4원이 발생한다. 

점주들이 비용 부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자 환경부는 환불표시 라벨 구매비용(개당 6.99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비용은 미반환 보증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미반환 보증금은 소비자가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300원)을 냈지만, 컵을 다시 반환하지 않아 지급되지 않고 쌓인 돈을 말한다.

문제는 아직 걷히지 않은 미반환 보증금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당초 환경부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소비자들이 더 많이 자신의 반환금을 찾아갈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가 점주들에게 '가불 지원'을 해줌으로써 당장은 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있어도 예상치 못한 예산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환경부는 자원보증금센터에서 소주병과 맥주병 회수 후 모아놓은 예치금을 우선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치금을 우선 차입해서 쓰고 추후에 보증금으로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자원보증금센터에 약 400억원의 예치금이 있어 비용에 있어서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 또 다른 인건비도 추가된다. 일회용컵에 일일이 라벨을 부착하고, 컵을 회수한 뒤에는 세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문이 밀리는 시간에는 주문받기도 벅찬데 라벨지를 붙여서 내보내고, 보증금까지 돌려줘야 해 점주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세척한 일회용컵을 보관하는 것도 문제다. 수거업체에서 수거하기 전까지는 매장에 그대로 컵을 쌓아둬야 한다. 보증금제 대상이 되는 매장 수는 대략 3만8000여 곳이지만, 수거업체는 100여 곳에 불과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일손이 부족하다. 라벨을 부착하고 세척하는 작업이 추가되면 사람을 더 뽑아야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가 더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라벨 부착 후 컵을 공급하거나 각 매장에서 일일이 붙이는 방안, 정부가 표준컵을 구매해 라벨 부착 후 보급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 방안을 모두 테이블에 펼쳐놓고 논의 중이지만, 표준컵에 라벨을 붙여 보급하는 방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매장이 아닌 곳에서도 일회용컵을 회수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전문수집상(고물상) 등으로 반납 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구입 매장이 아닌 다른 브랜드 매장에 반납하는 것에 대해 점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 사무국장은 "일회용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매장 직원과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잔여 음료에서 냄새가 나 보관할 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에 필요한 추가 인력이나 점주들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컵 회수 시 개당 4원 수준의 상생협력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역시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지 않아 못 받아 간 보증금(미반환 보증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금액은 간담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제도권 밖 편의점은 '방긋'..."300원 싼 편의점으로 갈까 걱정"
제도 시행 대상에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만 포함한 점도 문제다. 편의점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않아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은 연간 약 5억잔의 커피를 판매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체 커피 판매량의 약 4분의1 수준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편의점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권 밖에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사무국장은 "커피를 살 때 내는 보증금 300원이 작은 것 같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은 가격 인상으로 볼 수 있다"며 "카페가 아닌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소비자가 몰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은 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을 제도권 내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해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때 편의점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시행령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무국장은 "편의점을 제외한 상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편의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오늘 자로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공표까지는 6개월이 걸려 내년이 돼서야 편의점이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회용컵 회수에 도움 줄 무인회수기 개발은 지지부진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도움을 줄 무인회수기 개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자원순환보증금센터는 무인회수기 샘플 4종에 대해 성능평가를 진행했지만, 기준을 통과한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당초 자원순환보증금센터는 지난달까지 무인회수기 1차 성능평가를 마치고 시범 설치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샘플 4종 모두 기술 수준이 낮아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성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자원순환보증금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회용컵에 코드 체계를 적용하는 기계가 없었다. 초기에 기술 수준이 조금 낮아 인식을 제대로 못해 샘플 4종 모두 통과를 못 시켰다"며 "2차, 3차 성능평가를 통해 연내에는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무인회수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운영돼야 한다. 어디서든 쉽게 일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달 중순쯤 관련 협회들과 합동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이달 내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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