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정점 찍고 하락] 원화 강세, 한·미 금리역전 리스크 누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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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2-07-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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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원·달러 환율이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이는 시장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에 안도심리를 준 탓이다.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들의 유입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245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지수는 31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으로 800포인트를 회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달러화 약세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실히 추세적인 하향 안정화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
 
◆환율 하락에 외국인 ‘Buy KOREA'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외국인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그간 수급 측면에서 강(强)달러(원화 약세) 시장 환경은 외국인들의 이탈을 부추겨온 만큼 최근의 안정세는 주가 상승 배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원 오른 1299.10원으로 2거래일 연속 1300원을 밑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1.80원으로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은 뒤 7월 8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때 1326.7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17.2원 내린 1296.1원을 기록하며 6월 28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유입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17원 이상 하락했던 지난 28일의 경우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411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9일에도 341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환율이 국내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향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코스피 2500선 회복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환율 변화에 주목할 것”이라며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주가 등락으로 단기 가격메리트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 밑으로 하락하고, 하향안정세를 보인다면 코스피 지수의 2500선 회복시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8월 1일 발표 예정인 한국 수출입 지표와 무역수지 적자 결과 체크도 필요하다”면서 “수출입 모멘텀이 둔화되더라도 유가 하락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될 경우 원화 강세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약달러 압력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은 오히려 금리인상 속도 조절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이 언급한 ‘제한적 금리인상’ 발언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약달러 압력은 한층 높아졌으며 해당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은 자연스레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간 통화정책 간극을 축소하게 되고, 이는 여타 통화들의 강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강세 언제까지?
 
반대로 추세적으로 환율이 약세를 이어가야 시장도 안정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국내 증시는 강달러에 따른 외국인들의 이탈로 홍역을 치러왔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달러화도 함께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올 들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2월까지 0~0.25% 수준이던 미국 기준금리는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며 0.25~0.50%로 상승했고, 5월 0.5%포인트, 6월과 7월 각각 0.75%포인트를 인상하면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2.5%까지 오른 상태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의 이탈로 이어진다.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던 지난 6월 한 달 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5조5814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 기준금리 상단(2.25%)보다 높다. 한·미 간 금리 역전현상이 현실화하면서 외국인들의 이탈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의 경기둔화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 중인 데다 경기까지 둔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진다. 실제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통해 수입물가 인하에 나서왔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 중인 상태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책 당국은 달러화 강세를 통해 수입물가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수출 둔화, 실적 악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달러강세의 추가 원인으로는 유로존의 경기둔화를 꼽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경기둔화는 유로화의 약세로 이어지고, 이는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김환 연구원은 “강달러 압력이 완화되려면 유로화의 강세 전환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유로존 경기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달러화의 강세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달러화는 당분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시장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 영향은 필연적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주식 가격은 기업의 실적을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는 주가지수의 상단을 제한하는 요소다.
 
김환 연구원은 “주가의 바닥 통과 기대감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향후 연준의 정책 스탠스 전환, 기업 실적 전망치의 충분한 조정 또는 달러화의 약세 전환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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