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질없는 전망 …… 예측보다는 대응!
 
40년 만의 최고치 운운하는 역대급 인플레이션 지표가 이어지는 와중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키우는 실물경기 지표가 가세하고 있지만, 거기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도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황이라 하지만, 이 정도 빠졌으면 주식시장의 하락도 얼추 마무리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바닥을 친 것일까, 바닥 아래 지하실이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바닥 밑 지하실’로 검색을 하다 보니 [“바닥 찍고 반등” ”바닥 밑 지하실” … 월가도 헷갈리는 미국 증시]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저가 매수 기회”라는 낙관론의 근거로는 내년 전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고, “매수 신중해야”라는 진영에서는 시장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표로 정리된 월가 주요 투자 은행들의 내년 S&P500 지수 전망치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5200 포인트가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5100p(골드만 삭스), 5050p(JP모건), 5000p(도이체방크) 등을 거쳐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4600p가 전망치의 하단을 이루었다.
 
매일 체크하다시피 하는 S&P500 지수이다 보니 이 대목에서 갸우뚱하게 되었다. 3636포인트까지 밀려났다가 이제 겨우 3900 포인트를 회복한 이 지수에 대한 내년 전망의 최저치가 4600이고 최고치는 5200포인트라니…… 그제서야 2021년 12월 9일이라는 기사 게재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S&P500지수의 차트를 펼쳐보고는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다.
 

S&P500지수 일간 차트[차트 인용: 인포맥스 (7/22 현재)]



화살표로 표시된 저 시점과 지수에서 증시의 바닥을 운운하고 지하실이 있을까 걱정했다니…… 월가도 언론도 엄살이 심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팍팍 가는(?) 쟁쟁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주가 전망치를 보노라면 정말 ‘답(答) 없는 시장’에서 주가, 금리, 환율 같은 시장 가격을 전망하고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의 거래는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물론 지금 현시점과 증시의 위치도 바닥을 친 것인지 아직 지하실이 남았는지를 두고 얼마든지 공방이 가능하다.
 
 
◆ 투자의 탈을 쓴 투기판으로 전락한 증시
 
작년 말 기사를 최근 올라온 내용인 줄 알고 읽다가 잠시 헛웃음을 터뜨린 필자의 눈에 [순매수 1위 인버스, 2위 레버리지… 엇갈리는 투자 전망] 이라는 따끈따끈한 기사가 들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 달 동안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코스피 200 지수 하락률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곱버스’였다(1614억원 순매수). 이어지는 순매수 2위 ETF 상품은 곱버스와 반대로 코스피 200 지수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레버리지’(994억원 순매수).

뿐만 아니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뉴욕증시 투자 현황에서도 상방(上方) 베팅이든 하방(下方) 베팅이든 지수의 상승률이나 하락률의 3배를 추종하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으로 대규모의 자금들이 투입되고 있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고 싶다는 마음에 많이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원금의 20~30% 정도 수익률이면 크게 만족해하고 원금의 절반까지 손실이 깊어져도 세월을 낚으며 회복을 기다리곤 했던 과거의 투자 풍속도는 그야말로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풍토이다. 미국의 3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에 가입했다면 지수가 30% 정도만 올라도 원금은 ‘따블(double)’이 되고, 반대의 경우 지수가 30% 정도만 빠져도 ‘깡통’을 차야 한다. 투자의 탈은 쓰고 있지만 투기에 더 가까운 현상이다.
 
그리고 개인투자자 순매수 흐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가 상승 쪽으로 베팅한 세력이든 하락 쪽으로 베팅한 세력이든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 2001년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이지만 ‘친구’의 명대사 몇 가지는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알고 있다. 유오성이 연기한 준석이 “동수야… 나는 곱버스 들고 있다. 지금은 아무리 봐도 레버리지로 덤빌 때가 아니다. 정리하고 하와이나 다녀와라. 준비는 내가 해줄게”하자 장동건이 연기한 동수의 반응은 “니가 가라, 하와이!”였다.
 
 
◆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니가 가라, 하와이!”
 
美 연준은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를 적어도 3%대까지는 올려 놓을 기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월 21일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첫발을 ‘빅 스텝(0.5% 포인트 인상)’으로 내디뎠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그들을 못 믿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저러다 경기침체 가시화되면 또 금리 낮추고 돈 풀 작자들이지… ECB는 그냥 금리를 올리면 올릴 것이지 이번에는 또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라는 것을 들고 나와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유로존 내 재정불량국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길을 열어 두지 않는가 등등…… 따지고 보면 남들 다 금리 올리는데 독야청청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집하는 일본은행(BOJ)도 “니나 가라, 하와이”하고 있는 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가 관여했다고 보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만들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여 MBS와의 회담에서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이슈로 삼는 자리에서 MBS는 미국이 주도하는 비현실적인 탄소중립화 정책 내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향후 무서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MBS 버전의 “니가 가라, 하와이!”인 셈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온갖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철군하거나 혹은 휴전에 나서기를 바라는 서방 세계를 향해 푸틴은 무엇이라고 할까?
 
서로 삿대질하며 “니가 가라, 하와이!”만 외쳐대는 사회와 세상은 희망이 없다. 정치인들은 유권자 무서운 줄 알고 국민 잘 섬기고, 행정가들은 정책 잘 세워 합리적으로 집행하고, 언론은 팩트(fact)를 전하는 데에 목숨을 걸면서 정론(正論)을 펼치고, 학생은 학창 시절에 공부에 매진하고, 주식 전문가들은 답 없는 시장에서 예언가나 교주 행세하려 들면서 남의 지갑이나 털려고 하지 않고……  그저 왜 오르는지 왜 떨어지는지 모르는 주가와 환율만 쳐다보다가 오늘은 이런 세상에서도 살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진우 필자 주요 이력 

△前 NH농협 외환딜러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 △現GFM 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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