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대출금리] 6월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 5%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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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7-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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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인상 여파... 7월 빅스텝 반영 시 더 크게 오를 듯

  • "늘어나는 빚 무서워 대출 상환"... 하반기 가계대출 감소 전망

#사례1.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5·남)는 8월 이사를 앞두고 부족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2년 전에 3%대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4%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납부해야 하는 이자는 연 70만원가량 늘었다. 박씨는 “이사를 앞두고 목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하필 이런 시기에 금리가 오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7·남)씨는 1년 전에 받았던 신용대출을 상환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빠르게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김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에 받았던 신용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있었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 1년 만에 갚게 됐다”며 “주식, 가상화폐 시장도 침체기라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평균금리가 5%를 넘어섰다.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면서 서둘러 대출을 상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시내 한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 5% 돌파
2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6월 국내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실제 취급된 대출기준)가 5%를 돌파했다. 신한은행이 연 5.46%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은 5.39%, 하나은행 5.14%, NH농협은행 5.05%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4.9%로,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5% 이하였다.
 
지난 5월에는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5%를 넘어선 은행은 KB국민은행(5.07%)이 유일했으나, 한 달 사이에 은행권 전반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확대됐다.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 또한 6월 중 연 5%를 돌파했다. 지난 5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연 4.34~4.78%였으나 6월 들어 KB국민은행(5.14%)과 신한은행(5.09%), 우리은행(5.01%)의 금리가 5%대를 넘어섰다.
 
지난 5월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0.25%포인트씩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7월에도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는 금융채다. 올해 초만 해도 금융채 1년물 금리는 2.0~2.1% 수준이었으나, 6월에 최대 3.3%까지 올랐고, 이달 중엔 3.64%까지 상승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시중은행 주택 관련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12년 만에 6%대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4.100∼6.218%다. 20일 전 대비 상단과 하단이 각각 0.40%포인트 이상 올랐다.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지난 16일 연 4.010∼6.208%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시장은 연내 한국의 기준금리가 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이후 이 같은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줄어드는 신용대출 잔액... 은행권 “하반기도 가계대출 감소 전망”
신용대출 금리에 부담을 느낀 고객은 대출을 상환하는 추세다. 6월 기준, 은행권의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줄어든 27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6월 기준으로는 가장 큰 감소 폭이다
 
5대 은행의 6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1204억원 줄어든 130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주식,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올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투자심리가 꺾였고, 이는 대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에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1204억원 줄어든 130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주식,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었으나, 올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투자심리가 꺾였고, 이는 대출 수요 감소, 대출 상환으로 이어졌다.
 
김재관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취약계층 지원과 가계대출 부문 수요 감소로 인한 은행 간 경쟁 심화로 가계대출 가산금리 인하 여지가 있어 일부 둔화될 수 있으나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하반기 가계대출은 아무래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이 증가하고 부동산, 주식 시장 침체로 대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계대출은 실수요 위주로 전세자금대출, 중도금 대출 등에 집중해서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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