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민'에 대한 고민은 빠진 민생안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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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7-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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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선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민생안정정책이 '뜨거운 감자'다. 이 정책의 요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만 125조원 규모에 이른다. 급변한 금융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의 실질적 고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정책은 전혀 잘못된 점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에 고물가·고금리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금융 절벽에 내몰린 이들을 정부가 나서서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의 구성에 허점이 있다. 가장 큰 허점은 계층 간 균형감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하위 20%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만 정책이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뜻이다.
 
'신속채무조정 특례'만 봐도 그렇다. 이는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의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 주는 제도다. 원금 상환유예 기간 이자율은 연 3.25%다.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앞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가상화폐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한 청년들이 될 건 자명하다.

바로 이 부분이 금융 소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투자의 기본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인데, 이들의 채무적 부담을 정부가 나서서 떠안는 걸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대로 이들이 빚투로 큰돈을 벌었다면, 수익 중 일부를 국가에 환원했을까? 정부는 “신용회복위원회 자체 프로그램으로 정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정책의 초점이 지나치게 취약계층에만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다. 금리 인상기에 부담이 가중되는 건 비단 취약계층만이 아니다. 서민 중 대다수의 삶의 질 역시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전세자금대출을 예를 들어 보자. 이 대출의 실수요자는 거주지 확보 목적의 서민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신용점수가 낮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이유가 자금적 여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자금적 여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은행의 문을 두드릴 일조차 없다. 그보단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한국은행이 단계적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들이 인내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줄 실질적 방안이 함께 마련됐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오르는 대출 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식이다.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기간의 보증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다른 신용대출에 비해 위험도가 훨씬 낮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서면서 일부 은행들이 자율적 지원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리가 지금보다도 더 높아질 경우,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 상황에 내몰릴 서민도 상당수 발생하게 될 것이다. 소득 중 대부분을 주거비용 부담으로 사용하는 데도 결국 한계가 있다.
 
지금은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는 격변기다. 소상공인 부채 문제에 고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과 이후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 등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함께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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