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낙농가 납품 거부 움직임에... '밀크 인플레'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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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7-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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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 속 원유 생산 감소로 서울우유, 일부 제품 미납 고시

  •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하는 정부에 맞서는 낙농가

  • 낙농가, 원유 공급 중단 초읽기…'밀크 인플레이션' 예고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원유 차등가격제’를 두고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여름 무더위에 원유 수급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우유 대란으로 인한 ‘밀크 인플레이션(우유+물가상승)’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20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유통업체 등에 폭염으로 인해 원유 생산이 감소하면서 지난 14일부터 8월 31일까지 일부 제품 미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고시했다.

통상적으로 여름 기간에는 우유 생산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낙농가들이 주로 사육하는 홀스타인종의 경우 더위와 습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낙농진흥회 농업관측센터 역시 올해 여름 무더위를 감안해 올해 2분기와 3분기 원유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3.9%,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업체들은 원유 수급 불안이 매년 여름마다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우유와 커피,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기반으로 하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7월부터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원유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 일시적으로 원유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농협회 충남도지회에 속한 낙농민들이 지난 11일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궐기대회에서 원유를 쏟아버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등가격제’ 도입 추진하는 정부에 맞서는 낙농가
게다가 현재 낙농가와 정부는 원유 가격 결정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도’에 반발하며 지난 11일부터 ‘낙농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도별 궐기대회와 우유반납투쟁’을 벌이고 있다.

낙농가에서 반대하고 있는 차등가격제는 음용유와 가공유(치즈·버터 등 유제품)로 가격을 이원화해 음용유 가격은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공유값을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쓰임새와 상관없이 원유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듦에 따라 정부가 가공유용 원유가격을 내려 제조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음용유 기준으로 맞춰진 탓에 수입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지난해 32.0㎏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원유 생산량도 234만톤에서 203만톤으로 줄었다.
 
정부는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제가격과 차이가 벌어지고 수입개방이 확대돼 낙농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의 치즈가 무관세로 수입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국산원유를 더 많이 구입하고 수입원료를 대체할 수 있다. 현재 유업체의 수입원료 사용률은 74만톤에 달하며, 자급률은 48.1% 수준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수입원료 사용률을 43만~57만톤까지 낮추고 자급률을 52.5~54.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낙농가 소득이 줄지 않도록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량을 늘리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낙농가는 소득감소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기존 생산비 연동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차등가격제 도입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면 낙농가의 손실이 급증할 수 있으며, 올해 사룟값까지 올라 더 어려운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원유 용도 결정은 유업체의 몫이기 때문에 낙농가와 유업체의 종속관계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면서 “원유가격 조정보다 생산비 절감을 위한 사룟값 지원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낙농진흥회] 

◆낙농가, 원유 공급 중단 초읽기…‘밀크 인플레이션’ 현실화할까
통상 7월 말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해진 납품 가격이 8월부터 반영되는 구조지만 정부와 낙농가의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매년 낙농가와 유업체 관계자가 모여 원유 기본 가격을 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8월 1일로 다가왔음에도 올해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협상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면 원유 납품 거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낙농가는 낙농정책 변경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원유 공급까지 중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낙농가와 제도 관련 문제를 해결한 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협상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진다 해도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8원에 올해 늘어난 생산단가 34원을 합친 52원±1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8월 이후 결정될 올해 원유 가격은 47원에서 58원까지 오를 수 있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유제품 가격 인상 행렬로 이어져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8월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이후 국내 유업체들이 우유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업체 관계자는 “원유 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후로 지금처럼 협상이 어려웠던 적이 없다”면서 “당장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낙농가에서 납품 거부로 이어지면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에 원유 납품 거부가 발생하더라도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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