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미국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
그의 수상으로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있다.

이유는 단지 필즈상을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인을 꿈꿨던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순수 수학 과목을 들으며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수학과 대학원에 들어간 허준이 교수의 삶은 흔히 말하는 평균적인 경로와는 다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오며 전 세계 수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허준이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허준이 교수 [사진=김호이 기자]

Q. 입시 부담으로 인해 고교생 3명 중 1명이 수포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합니다.
A.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한 것에 치중되는 것 같아요. 경쟁에서 이겨야 되는 사회문화 때문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실수 없이 하는 것보다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 넓은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Q. 한국 학생들이 수학공부를 많이 해서 탈인가요? 적게 해서 탈인가요?
A. 미국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학생들이 와요. 한국 학생들이 다른 문화권 학생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상위권 학생들은 전공을 선택한 후에 준비가 잘 되어 있도록 공부가 갖춰줬으면 좋겠어요.
 
Q. 스스로 생각하셨을 때 본인의 연구가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발견하는 데 기여한 일부 문제들이 더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는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Q. 순수 수학을 발견이라고 봐야 할까요?
A. 순수 수학이 실험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똑같은 구조들이 많기 때문에 수학을 하는 행위자로서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느껴질 때도 많아요.

Q. 사랑하는 것을 느끼면 푹 빠지는 것 같다는 기사를 봤어요. 밀도 있는 취향을 찾으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오랫동안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데, 일이 잘 안 풀리고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하게 되는 마음이 안 생길 때는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독촉하면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릴 수 있거든요.
 
Q. 모든 게 조합론이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조합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합론을 가장 기초적인 것을 다루는 거라고 봐요. 손으로 잡을 수 있고 원초적인 특징이 강조되는 거예요. 현대 수학은 너무나 발전해서 이론을 설명하는 데 엄청 오래 걸리는데 이에 예외되는 게 조합론이거든요. 직접성과 단순성 때문에 조합론 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보다 원초적인 수학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8살 아들과 수학을 푸는 걸 봤는데 아이와 수학공부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수학을 하루에 한 문제를 같이 하는데 아이가 문제를 만들어 오면 제가 푸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너무 쉽게 풀어버려서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그 과정이 수학적 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싶어요. 이런 식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깨닫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아직 아이와 수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아는 건 별로 없어요.
 

김준이 교수와 아들 [사진=김호이 기자]

Q. 수학자보다는 철학자 같기도 한데요. 수학·과학 외에 공부를 하시면서 영향을 받은 철학자가 있나요?
A. 제가 철학에 문외한이라서 하나도 몰라요(웃음).
 
Q. 한국에는 수학을 어려워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 자신도 학창시절에 수학에 대한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 세상에 수많은 수학자와 수학과 학생이 있는데 이 분들은 수학을 굉장히 즐기면서 하거든요, 근데 인간이 본질적으로 같잖아요. 자신이 느끼지 못한 걸 매력에 빠져 있는 걸 보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관찰하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요.
 
Q.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요?
A. 어렵기 때문에 재밌는 게 커요. 수학이 쉬우면 재미가 없을 거예요. 끊임없이 테스트하기 때문에 매력을 줘요. 일시적인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다 보면 그 재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쓰러질 것 같으면 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조금씩 조금씩 부상당하지 않도록 하다 보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한국의 수학자들이 사라진다는 말들이 많아요. 
A. 수학에 대한 지원이 많은데, 막 박사를 받은 연구원들이 지원을 받기가 쉬워요.
근데 진짜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교수 임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단기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밖에 없는데 장기적으로 널리 바라볼 수 있는 지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무엇에 중점을 두시나요?
A. 평가에 유연해져서 다른 방식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모든 학생이 수학을 잘 해야 된다는 부담들은 없어질 것 같아요.
 

2022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 [사진=김호이 기자] 

Q. 수학을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에요.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일이고요.
 
Q. 지금의 허준이가 있기까지 영향을 준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중2 때 중2병에 걸려서 시 쓰기를 시작한 것과 대학교를 잘 적응하지 못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몰랐던 것, 그리고 수학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걸 알고 수학에 사랑과 애정을 쏟기 시작했는데 대학원에 붙지 못할 뻔했던 때가 제 3번의 위기였던 것 같아요. 좋은 인연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운이 잘 풀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운 몇 %가 작용해서 지금의 허준이 교수를 만들었다고 보시나요?

A. 운 100%가 작용했죠,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고.
 
Q. 재능이 있지만 정상적인 코스에 있어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재능이 있다는 것의 표현 자체는 끝이 나고 판단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최대한 그런 질문을 하지 말고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의 적성을 미리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허준이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Q. 수학자로서 타고난 본인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수학자마다 특징과 장점이 있는데 저는 언어를 잘 다루는 편이에요. 생각이 언어와 독립적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어른이 된 후부터는 생각과 언어가 긴밀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그런 교육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수학계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제가 생각하지 않아도 잘 함께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매년 여름에 한국에 와서 여러 연구들을 하는데 저는 공동 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같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러 연구원들과 폭넓은 교류의 기회가 늘어난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면서 연구해 나갈 거예요.
 

허준이 교수와 함께 포즈를 취한 기자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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