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베트남, 누구를 위한 인플레이션 숫자놀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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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7-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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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다. 통계 숫자만 놓고 보면 베트남 CPI는 사실상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연 상승분에 가깝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위기에도 베트남만은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정말 그럴까. 현지에서 생활해보면, 이미 운송비, 생필품 가격 등 주요 품목은 오를 대로 다 올랐다. 수개월 전부터 기본 택시비가 1만2000동에서 2만동으로 덥석 오르더니 쌀국수 현지 가격은 5만동에서 8만동으로 야채, 채소, 과일도 대부분 10% 이상씩 올랐다. 석유 가격이 50% 이상 폭등하면서 핵심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 연료 가격이 상승했고 이를 기반한 모든 분야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하노이 한인상권에서 화두는 단연 임대료와 직원들의 월급이다. 상가 주인들은 물가상승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임대료를 다시 올리려고 하고, 직원들은 물가 상승 추세에 맞춰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코로나19를 힘겹게 버텼더니 그보다 더한 놈(인플레이션)이 왔다”며 “실제 우리는 10~20% 높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의 통계치와는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현실이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서민경제 실생활과는 많이 다르다는 의견이 거세지자 정부는 최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베트남 통계청은 CPI는 700여가지 바스켓 품목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이 통계는 국제기준을 따른다고 했다. 다만 베트남 물가상승의 핵심이 되는 석유와 생필품 가격의 가중치와 산정 품목에 대한 기준연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대외신인도와 거시경제 지표 사이에서 베트남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가 주도의 계획성장을 위해 베트남은 무엇보다 경제 수치에 민감하다. 특히 베트남은 지난 2010년대 초반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10%대의 높은 국가성장률이 대부분 상쇄된 뼈아픈 기억도 있다. 

매주 베트남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잘 통제되고 있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은 4% 이하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인플레이션 발표인가. 당국의 숫자 놀음에 애먼 베트남 서민경제만 멍들고 있다. 올해 베트남 정부가 정한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6%로 정했다. 

재난은 항상 약자에게 먼저 온다고 한다. 국가기획경제의 가장 큰 폐해는 언제나 서민에게 짐을 씌웠다. 우리 역시 제3~5공화국 시절 전태일 열사로 대표되는 노동집약산업에 대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슬픈 사례들이 무수히 많았다.

오늘도 단골 한인식당의 한 점원은 월급인상은 한계가 있는데, 다른 비용이 너무 올라 생활이 어렵다고 푸념이다. 그러면서 혹시 식당 업무 이후 일자리가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고 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저 수고하라는 인사와 함께 몇만동의 팁을 더 두고 갈 뿐이다. 

베트남 동화(VND)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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