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재 거래소 첫 설립] 中 의존도 낮추고 수급 안정화···韓·中 배터리 전쟁 불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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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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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전구체 원재료 79%, 수입 의존

  • 코발트는 中 독점···가격 좌지우지

  • 中 패권 견제하는 美의 지원 가능성

  • 니켈 해외생산거점 가진 日은 걸림돌

포스코그룹의 ‘배터리소재 거래소’ 설립은 작게는 아시아 역내 배터리 소재 가격결정권을 둔 중국과의 경쟁, 크게는 글로벌 자원 패권을 둔 미국 및 동맹국과 중국의 대결을 의미한다.

등장하는 주요 광물은 니켈, 코발트, 리튬 등으로 특히 코발트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맛대로 가격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의 핵심산업 육성을 안정화하며, 나아가 글로벌 자원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배터리 소재 거래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 지나친 중국 의존도...수급안정화 위해서라도 거래소는 필수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구체 수요의 7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액의 90% 이상을 중국에 지불하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재료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적정 비율로 배합해 만든다. 여기에 리튬을 섞으면 양극재가 완성된다. 양극재 재료비의 70%는 전구체가 차지한다.

결국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가격이 전구체 가격을 결정하며, 글로벌 배터리 가격과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들 주요 광물 수급 안정성이 대외환경 악화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난 3월에는 니켈 거래가 중지된 바 있다. 코발트의 경우는 전 세계 매장량의 5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 산업을 중국이 차지하면서, 사실상 중국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리튬 등은 호주와 칠레에서 생산되며 관련해서는 우리 기업도 충분한 투자를 진행한 상태지만 여전히 전구체를 사실상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어 배터리 소재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대외환경은 결국 국내 배터리 소재 거래소의 필요성까지 이어졌다. 전구체 단계가 아닌 원료 단계부터 한국이 가져온다는 발상이다. 결국 그 방법이 문제인데 국내 기업들이 일일이 광산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거래를 따내는 것보다는 하나의 거래소를 설립, 안정적인 수급과 함께 중국의 가격결정권 영향도 벗어날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미국은 탈중국화를 선언하면서 동맹국과의 연합체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한국의 배터리 소재 거래소는 아시아에서 동맹국들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의존도를 단숨에 낮출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니켈 등 가격이 최근 시장에서 상당히 교란이 일어났고 그 배경을 보니 중국 등 메인 플레이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가능했다”며 “결국 한국도 상품거래소를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더욱 투명한 시장가격결정과 수급안정에 있어 거래소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 패권경쟁에 아군은 없다...일본 견제에, 중국 방해공작 우려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것은 글로벌 자원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미기 때문에 경쟁자와 장애물이 난무한다.

당장 일본을 보면 동맹이라기보다는 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일본 역시 배터리 소재 및 핵심 희귀 광물 거래소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사 등이 포스코그룹과 유사한 사업형태를 갖고 있으며 거래소설립 후보로도 언급된다. 스미토모사는 비철금속 전문 기업으로 니켈 등 광물-제련-중간제품-배터리소재까지 일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 중이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필리핀 니켈 광산에 투자하면서 생산거점을 구축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 역시 비슷한 시기 해외자원개발에 투자를 해왔는데 지금에 와서는 비슷한 사업구조로 인해 경쟁자로 언급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 차원의 설립 추진도 점쳐진다. 우리 정부는 거래소의 필요성은 물론 현실성을 두고 의문을 가진 반면, 일본은 미국과 서방국가를 배경으로 거래소 설립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우리가 안하면 결국 일본이 할 것"이라며 "그때에 가서는 한국은 중국과 일본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원 수급 안정과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자원 거래소를 한국에 내어주는 게 탐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큰 장애물은 중국이다. 특히 코발트 시장에서는 자체 생산 물량에 더해 세계 매장량의 50%를 가진 콩고민주공화국의 사업권까지 지배하고 있어 시장 독점기업과 같은 위치에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코발트 확보에 있어서는 중국 기업인 화유코발트에 의지하고 있다.

중국은 런던광물거래소(LME)를 인수한 홍콩거래소(HKEX)를 통해 전 세계 자원 가격을 흔들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거래소의 등장을 최대한 막으려 들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이들 광물의 주요 매장지가 중국이 아닌 호주, 남미 등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최대 소비국이지만 최대 매장국은 아니기 때문에, 자원외교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홍콩증권거래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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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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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가 아니라 이런게 정말 나라에 필요한거다.
    다만 거래소가 명목만 거래소가 아닌, 제대로 운영되는 거래소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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