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이슈 던졌지만 '이준석 징계' 암초 만난 혁신위…돌파구 마련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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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2-07-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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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투명한 의사 결정과 당내 의견 수렴에 집중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로 당내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띄운 당내 혁신 기구인 혁신위원회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 대표의 거취에 따라 혁신위의 개혁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복수의 혁신위 관계자들은 "이 대표의 거취와 상관없이 위원회가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납득 안 가"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 유지 위반'으로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윤리위가 이 대표의 증거 인멸 교사를 인정한 셈이어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윤리위의 형평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규정을 보면 윤리위 징계 처분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징계 처분 보류를 고려할 생각"이라며 "가처분 신청이나 재심 등을 상황을 판단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셀프 징계 유예'를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고, 자진 사퇴를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의 징계가 확정되면서 혁신위는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대표가 띄운 조직이니만큼 이 대표의 거취에 따라 혁신위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혁신위 내부에서는 "우려할 것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신위 관계자는 "혁신위는 당대표의 거취와는 무관한 조직"이라며 "혁신위가 미리 짜 놓은 시간표대로 크게 변하는 것 없이 그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김종혁 혁신위 대변인 역시 "혁신위는 이 대표가 먼저 필요하다고 한 조직은 맞다"면서도 "당 최고위에서 최고위원의 결정을 거쳐 출범을 한 공식 기구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거취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혁신위가 당 안팎의 우려를 이겨내고 개혁 의지를 실현할 수 있을 지다. 전문가들은 혁신위를 향해 △의사 결정 투명화 △당내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기구의 성격대로 가야 한다. 누구를 위한 사조직이 아닌 당의 공식 기구로 뜬 것은 사실"이라며 "당내의 계파와 상관없이 당내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고,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해서 당원 내지 지지층 전반이 동의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혁신위' 통해 당내 고립 작전에 대응?

당초 이 대표의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 고립 작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통해 당내 고립 작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혁신위 출범 전부터 '혁신위는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통해 당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혁신위를 두고 공개 충돌했다. 지난달 13일 배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를 문제 삼았다. 

그는 "혁신위는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저는 앞뒤가 다른 경우에는 굉장히 강하게 배척한다"며 "사실 '프레임 씌우기', '타박하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웃는 얼굴로 악수하러 다가온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은 '혁신위는 이준석 사조직이 아니냐'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사조직을 꾸리는 데 최재형 의원같이 성격 깐깐하신 분을 사조직의 수장으로 앉히나"라며 "도대체 어떤 사조직이기에 최고위원들한테 (혁신위원을) 한 명씩 추천해 달라고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혁신위 명단이 다 짜인 다음에 만장일치로 최고위에 통과됐다"며 "사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애초에 공격부터 아무렇게나 한 다음에 나중에 끼워 맞추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김정재 의원과도 혁신위를 두고 충돌했다. 김 의원이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추천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허위사실'이라고 받아치면서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에 대해 한마디 먼저 드리자면, 혁신위가 13명으로 구성됐는데 최고위원들 보고 한 사람씩 추천을 하라고 하고 본인이 5명을 지명했다. 그러니까 '이준석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배 최고위원이 사조직 아니냐고 했다. 물론 민들레라는 순수한 공부모임을 사조직이라고 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대응해서 배 최고위원이 그렇게 한 것"이라며 "혁신위는 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혁신위가 정말 혁신하고 당을 바꿔나가고 관심사들을 논의한다면 맞는데 처음부터 바로 공천 얘기를 했다"고 일침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김 의원이 제가 혁신위에 5명을 지명했다는 허위사실을 얘기했다. 김 의원은 조속히 제가 지명한 5명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혁신위 첫 회의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도 혁신위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서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며 "혁신위를 이렇게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흔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김 의원은 이후 자신의 발언이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착오로 인해 잘못된 발언"이라며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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