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시급한데…與·野 내분에 발목 잡힌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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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2-06-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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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탓' 공방 오가는 동안 민생은 뒷전…계류 법안만 1만여 건

  • 여ㆍ야 모두 차기 당권 노린 내홍 격화…원 구성 협상 '안갯속'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의 대치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서류들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25일째 공전하고 있다.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면서, 처리가 시급한 다양한 민생 관련 법안 처리도 덩달아 미뤄지고 있다. 국회가 좀처럼 개점하지 않는 데에는 여야 모두 차기 당권을 노린 내부 갈등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와 '친윤(윤석열)'계 결집으로 내홍을 겪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발언'에 대한 징계 결과를 두고 내분에 휩싸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1만887건에 달한다. 계류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상정이 됐지만, 상임위 전체회의나 소위원회에 묶여 처리되고 있지 않은 법안이다. 계류 법안을 제외하고 상임위 공백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까지 포함하면 잠들어 있는 법안은 2만 여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원 구성 협상 25일째 공전 중…'네 탓' 공방에 몰두하는 여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어제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불발됐다. 원 구성 지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일방 파기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외상값 못 갚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복잡하게 계산기 두드릴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1년 전 약속을 지키면 된다. 그럼 오늘 당장이라도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 불발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 소 취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며 "저를 비롯한 원내대표단 누구도 그렇게 제안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협상 당사자가 불신만 더 깊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반기 원 구성이 미뤄지면 문제가 많은 인사들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으니 정략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이 상황을 끌며 즐기겠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며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오해했다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 왜곡된 주장으로 협상 판을 뒤엎은 당사자로서 조속히 결자해지 하길 바란다"고 거듭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 탓' 공방 오가는 동안 민생은 뒷전…계류 법안만 1만여 건

여야가 원 구성 지연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시급한 처리가 필요한 민생 법안 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특히 여야가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신속한 처리를 약속한 유류세 및 법인세 관련 법안 중 일부는 후반기 상임위 공백으로 상정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달 23일 유류세 인하폭의 범위를 현행 30%에서 10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되지 않아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법률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거래소 관리 강화 등과 관련한 제·개정안도 잠들어 있는 상태다.

이에 여야가 경쟁적으로 꾸린 특위나 TF 활동 자체가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 식' 활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위와 TF 활동으로는 법 개정에 강제성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날 민주당이 1박 2일 간 의원 워크숍을 떠나면서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금주 내에 재개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차기 당권 노린 내홍 격화…'시한부' 처지 된 이준석 리더십 

원 구성 지연이 늦어지는 데에는 여야가 모두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당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준석 당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를 시작으로 내홍이 본격화됐다. 특히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다음달 7일로 보류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한부' 처지를 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석 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차기 당권을 노린 당 내 세력 경쟁도 표면화하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만든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가 공식 출범하면서 차기 당권을 위한 국민의힘 내 세력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 중심의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도 오는 27일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에는 안철수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의 참석을 두고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스킨십을 통해 당내 기반 넓히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아울러 한 차례 발족을 미뤘던 친윤계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모임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강욱 중징계 두고 내홍 빠진 野…기로에 선 민주당 쇄신

민주당도 최 의원이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내홍에 빠졌다. 특히 이 문제는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이어져 계파 간 세력 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0일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성희록 의혹을 받아 온 최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는 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중징계 결정이다.

그러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무거운 처벌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의원의 거짓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 봤을 때 그렇다"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처럼회'는 해체해야 한다.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해야 한다"며 "당도 최 의원 처분을 계기로 팬덤 정치와 완전히 결별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럼회'는 최 의원이 속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이다.

이를 두고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은 본인 팬덤에 취해 막 춤추면서 남한테는 팬덤에 취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주장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이 당내 안팎 많은 분들의 의견을 좀 더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지 않는 자세"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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