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물가 상승률도 40년 만에 최고치
  • 생활비 위기에 저소득층 휘청
  • 임금 인상 요구 목소리 커져…파업 확산하나
영국이 물가고에 신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생활비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5월 물가 상승률도 40년 만에 최고치

통근자들이 6월 21일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에 모여 있다. 영국 철도노조는 이날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1%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4월(9%)에 이어 5월에도 역대급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오는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11%를 넘기는 등 영국이 다른 주요 7개국(G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가계 생활비에 압박을 가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영국 철도 노동자들은 이번 주 3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파업을 진행 중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산업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가가 이미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물가 상승분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에 물가는 광범위하게 상승했다. 빵, 시리얼 및 육류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식품 가격이 5월에 1.5% 올랐다. 휘발유 등 연료 가격은 1년 전 대비 32.8% 상승했다. 이는 1989년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레솔루션파운데이션은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나타내는 점을 지적하며 물가 상승률이 6월에 더 커질 것으로 봤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엘 셀핀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조짐이 없다”면서 “경제 전반에 가격 상승세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ON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랜트 피츠너는 영국 전역의 공장에서 상품 가격 인상 압력이 강한 점을 우려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공장 생산품 가격이 4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지적했다.
 
소매물가지수는 4월 11.1%에서 5월 11.7%로 상승해 198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활비 위기에 저소득층 휘청
잉글랜드은행은 작년 말부터 이달까지 5회 연속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스위스의 중앙은행들처럼 한 번에 금리를 50bp나 75bp를 올리는 식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는 1.25% 수준이다.

퀼터 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폴 크레이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생활비 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잉글랜드은행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CNBC에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잉글랜드은행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잉글랜드은행의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주 발표된 입소스와 스카이뉴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는 생활비 위기가 6개월 내 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자의 4분의 1은 생활비 부담에 끼니를 거르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걱정은 더 컸다. 2만 파운드 미만 소득자의 절반 이상이 올해 생계가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영국 고용 시장이 긴축의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1970년대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퀼터인베스터즈의 크레이그는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고용 악화의 징후는 경제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금 인상 요구 목소리 커져…파업 확산하나 
영국에서는 이번 주부터 대규모 철도 파업이 진행 중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줄어들면서, 수년간 급여가 제자리걸음인 공공부문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국 철도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3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영국의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 레일과 13개 철도회사 소속 철도해운노조(RMT) 노조원 약 4만 명은 이날 임금인상과 구조조정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여했다.

이번 파업은 노조가 요구하는 급여 인상 및 근무 조건 개선 등을 철도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어났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철도 서비스 가운데 단 20%만이 이날 운행되고 있으며 오는 23일과 25일에도 추가 파업이 예정돼 있다. 

영국 노동조합회의(TUC)는 이날 철도 노조 파업이 교직원, 간호사 등 의료 노동자, 지방 정부 공무원 등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잇단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TUC의 사무처장인 폴 노왁은 CNBC에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수많은 근로자가 임금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들 노조는 연봉 상승 수준이 인플레이션보다 상당히 낮을 경우 쟁의행위를 위한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교원 단체인 영국 여성교원노조(NASUWT)는 정부가 올해 급여 인상폭인 12%를 약속하지 않으면 11월에 노동쟁의를 위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로치 NASUWT 사무총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교사들은 국가 전체의 생활비 위기에 더해 12년간의 실질 임금 삭감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노조인 RCN의 대변인은 15%에 달하는 급여 인상을 요구한다고 CNBC에 말했다.
 
TUC는 임금 동결과 실질 임금 삭감에 직면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왁은 “우리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보수당 정부가 오랫동안 공공 부문 급여 인상을 보류함으로써 그들이 끼친 피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동결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며 “교사와 간호사들이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BC는 “이번 파업은 코로나19와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영국 경제가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며 “영국 경제는 4월에 0.3% 위축되는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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