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논쟁 재점화] 대·중기 간 갈등 최고조..."대기업이 또 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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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6-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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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맵, 동반위 '대리운전' 권고 속 업계 1위 '로지' 인수

  • 티맵 '꼼수' 대응에 뿔난 중기 "동반위 강력 제재 나서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24일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가 개최된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리운전 시장을 놓고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 또다시 극으로 치닫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대기업인 티맵모빌리티가 중소업체 반발에도 시장 확장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 티맵, 동반위가 닫은 판도라 상자 열었다...중기 불만 ‘고조’
20일 업계에 따르면 티맵은 동반위의 대리운전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 속에서 대리운전 관제 프로그램 기업인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앞서 동반위는 지난달 24일 유선콜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 등의 사업확장을 제한하는 권고를 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대리운전업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은 제한되고 기존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 티맵 역시 사업상 제약을 받게 됐다.

다만 당시 사업확장 제한에 포함된 것은 유선 전화콜 업체에 대한 것이었고, 유선 전화콜을 연결해주는 ‘전화호출 프로그램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동반위는 부속 사항으로 유선 전화콜 중개 프로그램사와의 콜 연동 조건 등은 3개월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티맵 측이 ‘로지소프트 인수가 동반위의 대리운전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 사항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로지소프트는 유선 콜이 아닌 소프트 업종으로 분류돼 유선콜 중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운영사일뿐 유선 콜 운영 업체는 아니다.

하지만 중기 업계에선 유선콜 대리 업체의 80%와 연결된 로지소프트를 인수하는 것은 ‘콜 대리시장 장악을 뜻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전체 대리운전 시장의 80%를 유선 전화콜 기반 대리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콜 대리업체의 80% 이상이 로지소프트의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인 ‘로지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다. 

이에 대리운전총연합회는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 당시 긴급 성명을 통해 “선수가 심판을 돈으로 사고 그 심판이 또 선수로 뛰는 상황”이라며 “티맵의 행보에 대해 동반위가 철저하고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연합회 측은 티맵이 후속 부속 사항 논의를 벌이는 와중에 중개 프로그램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협회는 “3개월 논의 기간 동안 부속사항에 대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하라고 했지만, 티맵은 중계프로그램 인수계약에 도장을 찍었다”며 “티맵의 이 같은 행보는 동반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신의와 시장의 질서를 해하는 악의적인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동반위가 티맵의 광폭 행보를 묵과한다면 중기업적합업종을 관장하는 동반위의 위상은 실추될 것이며, 기존 전통시장을 보호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동반위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오영교 동반성장위원장이 5월 24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동반위 “티맵 제재할 방법 없어…대화로 풀어나갈 것”
하지만 동반위는 당장의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티맵과 총연합회의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동반위는 기관 자체가 민간협의체인 만큼 어느 한쪽에 제재를 가하거나, 합의를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동반위는 민간합의기구로, 규제를 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협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기관”이라며 “일단은 예정된 대로 3개월간의 부속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모두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을 설득해야 할 동반위가 ‘을’의 상황인 중기업체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고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며 역할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동반위가 내놓은 대리운전업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안은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 활동과 전화 콜 업체 인수를 통한 확장은 제한했지만,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은 제외됐고, 관제 프로그램 공유 또는 인수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 중기 대리운전업 관계자는 “애초에 동반위가 대리운전 시장에 관한 중기적합업종지정 합의안에 콜 방식을 유선(전화)과 앱으로 구분해 제한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동반위가 정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기관이라면 이번 티맵의 편법 시장 진출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기사 권익과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결국 대기업 독식?...대리운전 시장 카카오·티맵으로 양분
업계에선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로 인해 대기업 플랫폼 기업이 대리운전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티맵은 플랫폼 이용자가 1930만명에 달하지만, 대리운전 기사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로지 인수로 유선 전화 기반 대리업체 기사들을 플랫폼 내 수요자와 연결할 수 있게 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항할 힘을 얻게 됐다.

로지 인수와 함께 대리운전 시장이 전화 기반에서 앱 기반으로 전환되면 티맵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 씨엠엔피가 운영하는 시장 2위 중개 프로그램 콜마너와 협업하고 있다.

한편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대리운전 요금의 대부분(85% 이상)이 8000~2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연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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