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전광우 "연말 금리 2.75% 땐 상당한 충격파...'노동→규제→연금' 개혁 단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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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노경조·김정훈 기자
입력 2022-06-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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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3>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6일 서울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美 자이언트 스텝에 中 경제 하강 '악재'"

-글로벌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이 또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이 사실상 발작 상태에 빠졌는데 어떻게 보나.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8.6%가 돼 우려가 커졌다. 사실 기업들이 재고가 많이 늘면서 이를 처분하려면 값을 낮춰야 하고, 전체적으로 봉쇄 조치도 좀 풀리면 (경제가) 나아지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8.6%는 시장 예측보다 높은 수치여서 긴장들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을 몇 번 밟느냐, 자이언트 스텝을 또 밟느냐, 통상 하듯 0.25%포인트(p) 인상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시장 예측 금리는 2.5~3.5%까지 나온다."

-당장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 

"한국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번 남았다. 현재 기준금리 1.75%에서 매번 0.25%p씩 올리면 2.75%가 된다. 한은 총재가 빅 스텝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전례를 봤을 때 빅 스텝을 밟기 쉽지 않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연말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시장·연준·한은 모두 물가 동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 기조가 조금 꺾이느냐가 향후 전망의 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최악의 경우 기준금리가 2.75%까지 올라가고 미국이 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는데 그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우리는 영향을 직방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 상승에는 유가 등 외생변수가 많다. 수출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에 물가 압박은 더 커지는 현상을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은 딜레마가 있다. 정책적 대응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재정·통화 확장 정책을 써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을 보면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로 보면 물가를 잡아야 정책도 약발을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소위 과잉대응을 하는 경우 심각한 경기 침체가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의 성장 전망이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고,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그 어려움은 2중고, 3중고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미 연준 동향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도 살펴야 한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모두 충격이 엄청났지만 우리나라는 성공적으로 조기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경제적 의존도가 제일 높은 중국이 그 시기마다 경기 상승 국면에 있었고, 건실하게 받쳐준 덕분이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경제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고, 구조대 역할을 했던 중국 같은 나라는 없다. 중국 경제 하강이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장기화한다면 우리에게는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로서 상당히 도전적인 환경이다."

◆"불필요한 규제 풀어 기업 역동성 살려라"

-글로벌 긴축이 끝나더라도 중국 경제 하강 국면이면 한국 경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인가. 대비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만 해도 중국 비중이 30%나 된다. 다양한 형태로 연계된 경제활동이 많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통상 전략에서 분산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다. 또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새 정부가 떠안은 환경에 대해 우리는 경제 역동성이 많이 훼손됐다고 본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추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역동성,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활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큰 어젠다다. 물가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코로나19 확산 중에 심화한 사회적 양극화와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아닌가.

"그렇다. 동시에 경기가 과도하게 가라앉는 것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기 활성화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을 튼실하게 키울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생각해보면 '개혁' 어젠다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되는 걸 치워서 움직이게 해주는 걸 말한다. 새 정부에서는 '모래주머니' 등의 표현을 쓰는데 불필요한 규제를 털어내는 것은 재정·통화 정책으로 돈을 뿌려 경기를 띄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 개혁··마지막은 연금"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노동·연금·공공 등 전반을 아우르는 개혁을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있을까.

"개혁 내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건드리느냐가 있고 타이밍도 중요하다. 복합적인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지금은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문제와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 사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노동 개혁과 같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튼실한 체질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이 있고, 국가 재정 안정성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연금 개혁이 있다. 노동 개혁의 경우 임금 수준의 무리한 상승 요인들이 있었고 이는 인플레이션 요인 중 하나다. 소득주도성장 얘기를 차치하고서라도 인위적으로 임금을 높여 놓았고, 노사 갈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이 안 된다. 따라서 노사 문화를 개선하고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현하는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종의 정책적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어느 나라든 연금 개혁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연금 개혁의 경우 로드맵 작성을 위한 컨센서스(의견일치)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사람의 이해가 상충되는 게 개혁이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도 발생한다. 국민적 합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연금 개혁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실질적 통계나 이해를 폭넓게 공유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복지 제도 측면에서의 개선과 기금 운용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의 문제다. 기금 운용 개혁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위해선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걸 정상화해야 하는데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혁을 통해 평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하면 그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 등은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노력이다."

-민간 기업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감세도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고, 이때마다 나오는 어젠다는 '감세'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의 유인이 세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하나는 규제 문제가 있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최대한 거둬주는 노력을 하면서 세제 관련해 소득세·법인세·상속세 등에서 합리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킨다는 것은 이런 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물론 수년에 걸쳐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사실 세금이 더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6일 서울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현금 살포보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새 정부 경제팀, 다양성보다 '효율성' 초점"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일부에서 '너무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중심 아니냐', '검찰도 너무 많다'는 얘기들 나온다. 최고 인사권자가 고민해야 될 부분은 국정 어젠다를 수행할 때 이 시점에 어디에 초점을 둘지,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다. 예를 들어 지금은 국가 미래라는 새 정부의 큰 과제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잠재성장률의 반전을 포함해 구조개혁을 이루어서 미래 세대들에게 '삶이 앞으로 나아진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정부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글로벌 경기의 허리케인이 다가오는 절체절명의 복합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이 경우 1차적으로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럴 때 '창의·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혜를 모아 미래 그림을 잘 그려보자'고 한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

-정책 협업과 소통을 위해선 코드 인사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말인가.

"시급한 위기 극복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보다 일사불란한 액션이 필요하다. 서로 호흡을 맞춰본 사람들을 요소마다 바로 투입해 바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한솥밥 먹던 사람들은 훨씬 커뮤니케이션이 쉬울 수 있다. 당장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굉장히 효율성이 높은 대책 마련이나 액션 플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문제가 된다. 국정의 최우선순위가 최소 5년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위기적 상황이 5년이나 간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보다는 더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ESG 경영,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가치"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한 말씀 해달라. 사회가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동시에 ESG 경영 관련 역할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 국제적으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과연 가장 바람직한 경영 패러다임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친환경 투자 등에 관심을 갖자는 건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통해 정유 분야 퍼포먼스가 제일 좋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향성을 보면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게 맞지만 과열은 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ESG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투자 수익을 높이는 일도 있을 것이다. 시장이나 경제의 속성이 전쟁, 자연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에 의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 이런 사회적 이슈를 과연 기업이 다룰 것인지의 문제다."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경영 철학이라는 의미인가.

"길게 보면 합리적인 노사관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이익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은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일희일비하고, 근본적으로 ESG라는 경영 패러다임이나 투자 패러다임 자체를 재평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다만 과속을 하다보면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현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해당 사례가 발각됐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한 속도로 꾸준히 봐야 한다. 그래야 더 진정한 ESG의 가치를 추구하는 형태로 좋은 방향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트렌드 자체는 다시 거스를 수 없는 시대가 요구하는 일이다."

-기업의 적정한 역할 관련해 '기업인 사면'이 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나.

"그렇게 생각한다. 기업인의 범법 행위에 대해 우리가 눈 감아준다거나 그 잣대를 일반인과 다르게 낮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위법 행위가 불거졌을 때 특정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꼭 책임을 추궁하는 게 맞느냐. 우리나라는 오너 시스템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데 뭐 하나 잘못되면 다 오너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공정한 잣대로 접근하되 그 입장에서는 불공정할 정도로 무리한 징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또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이들이 한국 시장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낀다. 왜냐하면 이런 투자·경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사법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볼 때 의외의 일, 그런 리스크들로 인해 투자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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