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尹정부의 국가 백년대계와 인재양성 위한 '패러다임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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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입력 2022-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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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직속 민관합동 '인재양성특별위원회' 설립하라

[김택환 교수]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가 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한 데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규제 때문에 어렵다”는 공무원 답변에 질타한 내용이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5개 관련 부처들이 ‘불난 호떡집’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여당도 관련 ‘특위’를 설치해 뒷받침하기로 했다. 반도체의 중요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한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전 정부나 인수위 기간에는 뭐 하고 웬 호들갑이냐”는 여론도 있다. ‘새 인재 양성’이란 국가 백년대계를 새로 짰다는 그랜드 플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 인재 양성을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이자 최고의 업적이 될 수 있다. 새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관료에게 맡겨서는 해결할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암기식, 학벌 위주 입시지옥으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낡은 20세기 교육 방식을 개혁하지 못하는 교육부이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교육부 스스로 혁신할 수 없으면 외과의사의 수술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새 인재 양성에 대해 이미 일각에서 “산업계 요구에만 발을 맞추면 인격 함양과 민주시민이라는 대학교육의 틀이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독일처럼 전통적인 대학교육과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 양성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 ‘교육’은 독일어엔 2가지 단어, ‘에르치웅(Erziehung)'과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있다. 전자는 인격 함양·인류 공영 기여와 교양·전문지식 습득에 있고, 후자는 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말한다. 일반 대학에서 문사철(문학·철학·역사) 등 교육은 강화되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인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협업, 비판적 사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융·복합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거대한 퍼펙트 스톰처럼 몰려오는 6대 메가 트렌드인 온난화·기후변화, 세계화·네트워크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 코로나 팬데믹, 미·중 경제 패권 전쟁 등에 제대로 대비하자는 것이다. 특히 ‘슈퍼 시대 전환’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는 에너지 전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디지털 전환 등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그럼 어떻게 새로운 인재 양성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새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 그랜드 플랜을 위한 최고의 방식은 ‘통·공·현’, 즉 통시적·공시적·현상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먼저 통시적이란 우리 역사 안에서 좋은 모델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공시적이란 글로벌 최고 모델들을 통해 시사점을 얻고, 마지막으로 현상학이란 ‘지금’ ‘여기’ 필요한 인재가 무엇인지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먼저 통시적으로는 박정희와 박태준 인재 양성 모델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국강병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미국에 있는 장근모 교수를 초빙해 4개월 만에 카이스트를 설립했다. 포스코(포항제철) 창업자 박태준 전 회장은 기업 설립 이전에 인재 양성에 먼저 투자했다. 명문대 포스텍(POSTECH·포항공대)이 그렇게 설립된 것이다.

공시적으로는 독일,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산업 강국에 새 인재 양성 모델들이 등장했다. 필자가 현장을 방문해 파악한 것이다. 독일은 ‘듀알(Dual)' 시스템, 즉 현장실습과 대학 이론 공부를 동시에 하는 ‘아우스빌둥’ 모델이다.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독일식이 최고 인재 양성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인재 양성에서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기업이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독일 글로벌 기업 지멘스는 해마다 약 7500억원을 투자해 1600명을 선발해 인재 양성에 나선다. 지멘스·벤츠 등 대기업과 상공회의소가 힘을 합쳐 1년에 약 35만명의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3년 반 동안 월급(최소 130만원 이상)·교통비를 주고 4대 보험제도를 지원한다. ‘기업 사관학교’다. 이들이 독일의 산업 역군 마이스터로 성장한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35%에 불과해 우리 절반 수준이다. 또한 ‘3무(無)', 즉 입시지옥, 사교육, 대학등록금이 없다.

프랑스는 ‘프리(Free)' 통신사 그자비에 니엘 회장이 나서 새로운 인재 양성 모델인 ‘에콜 42’를 설립했다. 수천억 원을 투자해 등록금·교수·교재가 없는 ‘3무(無)'다. 1년에 약 10만명이 응시하며 인공지능으로 1000명만 뽑는다. 천재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3년 과정이다. 1년 동안 과제를 풀어가는 ‘자기 주도 학습’ 이후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한다. 유니콘인 카풀서비스 기업 ‘블라블라카(BlaBlaCar)' 등 수많은 창업자들을 배출했다. 대학 혁신에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연합해 인재를 양성하는 ‘미션 유’ 모델, 세계 도시를 돌며 공부하는 ‘미네르바’ 모델 등 다양한 인재 양성 아카데미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 칭화대 ‘야오반(姚班)’과 ‘인공지능(AI)반’은 학내 학생들 중에서 선발해 컴퓨터 사이언스와 AI 분야 최고 인재를 양성한다. 학비가 없고, 하버드대 등 미국 최고 대학에서 한 학기 공부할 수 있고, 4학년 때 홍콩대학에서 수업을 받는다. 담당자가 야오지즈(姚期智) 교수로 미국 하버드대(물리학), 일리노이대(컴퓨터공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스탠퍼드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 ‘컴퓨터 학계 노벨상’인 튜링상을 받았다. 귀국을 결심한 배경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 인재를 초빙한 방식이다.

현상학적으로 한국에 지금 필요한 반도체 인력이 적게는 1년에 1500명, 많게는 3000명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재 약 700~800명밖에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을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세계 10대 경제 강국답게 인재 양성을 국가와 대기업이 책임지는 ‘패러다임 대전환’이다. ‘통·공·현’ 방식에 기반해 4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먼저 독일처럼 한국 대기업들이 적극 나서는 방안이다. 반도체 인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 대기업이 적극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사관학교’ 혹은 ‘현대사관학교’ 등을 설립해 최첨단 분야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둘째, 대학을 통해 인재 양성을 고집할 필요 없이 독일·프랑스처럼 아카데미를 만드는 방안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우리 기업들도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고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참여한 ‘청년희망 ON프로젝트’다. 하지만 재정 지원 수준과 학생 지원 규모는 독일에 한참 못 미친다. 부모 등골이 휠 정도 돈을 투자한 인재를 대기업이 뽑아 쓰는 시대를 넘어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초저출산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이다. 셋째, 지역에 ‘제2 카이스트’를 설립하거나 영호남·충청권 등에 있는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 카이스트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다. 또한 경북대·전남대 등 지방 국립대학 스스로 학과 인원 조정을 하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다. 문송현 지스트 총장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대학에 정원을 늘리고, 지원하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고 말한다. 넷째, 새로운 글로벌 인재 양성 모델이다. 랜드마크로 용산에 ‘4차 산업혁명 전사 양성의 전진기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한국의 삼성전자,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구글 등 세계 최고 기업이 참여해 세계 최고 인재 ‘10만명’을 양성하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이다. 세드릭 나이케 지멘스 부회장은 필자에게 “삼성과 함께 새 인재 양성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딜로이트(Deloitte)나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등 신기술 분야에서 2030년까지 새 일자리가 수백만 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반도체·인공지능 등 새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인재양성특별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기업·정부·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신기술·신산업 분야, 어떤 인재 양성 방식이 필요한지 지혜를 짜내는 것이다. ‘인재양성특별법’(가칭)도 제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를 잡을 것인가!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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