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파업 물류대란] 현대차‧기아, 겹겹이 쌓인 악재…올해 747만대 목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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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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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광주 서구 기아 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예기치 못한 물류대란까지 겹치며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난항도 예고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목표치로 내세운 747만대 판매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울산공장, 물류파업 장기화 시 생산량 최대 50%↓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나흘째 접어들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부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화물연대는 8일 현대차와 기아를 정조준하며 부품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생산라인 가동이 수시로 중단, 8일에만 1000대가량을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10일에도 부품 수급이 순탄치 않으면서 더 많은 차량이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장기화에 접어들면 하루 생산량이 50% 이상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공장 일일 생산량은 평균 6000대에서 많게는 7000대 수준이다.

특히 울산공장에서는 ‘아이오닉5’, ‘싼타페’, ‘투싼’, ‘팰리세이드’, ‘G90’ 등 고객 주문이 몰리는 차종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기 차량 출고기간은 최대치 18개월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달 기준으로 ‘EV6’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개월 이상,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6개월 이상, 아이오닉5와 투싼 하이브리드는 12개월 이상의 출고기간을 잡고 있다.

울산공장에서 부품 운송을 담당하는 이들 중 화물연대 소속은 약 1000명 수준이다. 현대차는 비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나머지 운송 물량을 소화하거나 대체 차량을 수소문해 투입하는 실정이다. 기아 광주공장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직원들이 출고 차량을 직접 나르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기존 운송 물량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1~5월 판매량 전년 比 9.4%↓…올해 판매 목표 수정 불가피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대차와 기아에 그치지 않고 부품사들까지 타격을 받는 도미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소 부품사의 경우 조업 중단이 일주일 정도만 이어져도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국내 중소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금난이 축적된 상태에서 조업이 강제 중단되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파업이라면 적어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는 구했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치인 747만3000대 달성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432만3000대로 지난해 판매량 389만대보다 11.1% 늘렸다. 기아 역시 지난해 277만대보다 13.7% 증가한 315만대를 제시했다. 당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북미와 유럽 지역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반영했다.

그러나 올해 1~5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259만66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6만4599대와 비교해 9.4% 줄어들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까지 중단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약 23만대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중국 수입 물량이 절대적인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공급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6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2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투 쟁점으로 떠오른 ‘임금피크제’…“윤석열 정부 시험대 올랐다”

노조와의 하투(夏鬪·여름투쟁)도 걸림돌이다. 특히 올해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위법 판례에 따라 임금피크제 폐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타당한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만 59세 이상의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그해는 임금 동결을, 정년인 만 60세 때는 임금을 10% 깎는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없애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에 맞춰 정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2013년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사 협의를 통해 도입이 이뤄졌다. 정년 연장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신규 채용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례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취지를 어긋나게 한 악용 사례를 지목한 것”이라며 ”노조의 임금피크제 전면 철회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들도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임금피크제의 세밀한 설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물류대란과 완성차 업계 하투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방향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친기업 노선을 표방한 만큼 불법행위는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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