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브랜드 대전] 상품도 차별화가 생명…자사 정체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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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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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카드사들이 브랜드 중심으로의 상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작년 롯데카드의 로카(LOCA) 시리즈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삼성카드가 ‘아이디(iD)’, 올해는 우리카드가 ‘NU(뉴)’ 중심으로 각각 상품을 재정비했다. 이는 고객에게 주는 기업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는 동시에, 갈수록 악화하는 신용판매 시장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이후 불필요한 마케팅은 최소화하고, 충성고객은 더욱 적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상품 혜택도 고객 분석을 통한 ‘특정 영역’에 집중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롯데·삼성, 카드 브랜드 '차별화 경쟁'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가 신규 브랜드인 ‘뉴’ 체제로 처음 선보인 ‘뉴 유니크(NU Uniq)’ 카드는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일 평균 1000좌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카드 연회비가 2만원으로 다소 높은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흐름이다.
 
앞선 최대 흥행작인 ’카드의정석 디스카운트‘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 카드는 1만원이란 낮은 연회비에도 일 평균 1300좌 수준을 유지했다. 일단 흥행을 위한 토대는 확실히 다져놨다는 평가다.
 
뉴 유니크는 기본적으로 국내 전 가맹점에서 0.5%를 무조건 할인해주고, 선호 영역 할인율은 1.5~5%까지 커진다. 1.5% 할인 영역 중 이용 금액이 가장 높은 분야에선 할인 금액을 자동으로 한 번 더 적립해준다. 매번 달라지는 고객 소비 패턴을 고려해 자동으로 최대 영역을 분류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우리카드는 이 기세를 몰아 이달 중 ‘뉴’ 시리즈 첫 체크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월 실적 및 한도 제한 없이 국내 전 가맹점에서 이용 금액의 0.2%를 적립해주는 혜택이 담긴다. 체크 상품 중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뉴’ 시리즈가 출시 첫 달 호실적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며 “향후 브랜드 완성 및 강화를 위해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로카’ 시리즈의 브랜드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체 발급량이 18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말 150만장에서 불과 5개월 새 30만장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 기세대로라면 연내 ‘200만장 돌파’가 사실상 확실시된다.
 
로카 시리즈의 흥행에는 ‘세트카드’ 개념이 주효했다. 고객이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 2장(범용 카드 1장, 맞춤형 카드 1장)만 선택해 이용하면, 실적을 알아서 합산해준다. 만약 두 카드 중 하나만 이용해도 더 큰 혜택을 롯데카드가 자동으로 계산해 적용해 준다. 이에 고객들 사이에선 ‘고민이 필요 없는’ 카드로 불리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로카 시리즈의 상품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업계 4위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며 “1분기 카드 자산도 12조34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아이디’ 시리즈 상품 중에서도 특히 ‘아이디 에너지’ 카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카드의 5월 주차별 발급량은 첫 출시 당시(12월 4주차)보다 평균 3.3배가 증가했다. 12월 4주차 카드 발급량을 100으로 봤을 때, 5월 주차별 평균 카드 발급량은 327이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2원으로 최고치였던 3월 4주 차에는 발급량이 3.5배까지 뛰었다. 3월 이후 주차별 발급량은 지난해 12월 4주차 대비 평균 3.0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기름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5월에 평균 3.3배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 카드는 ‘주유 횟수당 할인’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한 게 흥행 요인으로 지목된다. 1만원 이상 결제시 1만원 할인을 월 최대 3회까지 제공한다. 그간 카드사들이 제공했던 리터당 할인 또는 적립방식과 비교했을 때 혜택 수준이 확연히 높다. 만약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00원으로 가정하면 올 1분기에 리터당 평균 380원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브랜드 전략으로 '신판' 수익성 악화 상쇄
카드사들이 이처럼 ‘브랜드’ 중심의 상품 재편에 나선 데는, 신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내려가며 이미 관련 수익성이 바닥을 찍은 상황에 기존의 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단 판단이다. 차라리 그보단 특정 브랜드 중심의 상품 체계화를 통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 등을 없애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영세·중소가맹점 결제 수수료율이 최대 0.3%포인트 내려가면서 최대 69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혜자카드’에 대한 정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신한·KB·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가 단종한 카드만 총 192종(신용카드 143종·체크카드 49종)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 카드', KB국민카드 '로블(ROVL) 카드' 등이 잇따라 단종됐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여행·관광 등 이용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지며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며 “이때 브랜드 중심으로 상품을 개편하면, 소비자가 카드를 단순 결제수단의 기능을 넘어서 상품을 구입하는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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