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사건' 재상고서 징역 8년 확정
  • 전문가 "사법부, 음주운전 죄질 비난 가능성 재확인"
  • "형법·특가법으로도 충분히 중형 부과...사회 경종"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으로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두 번의 대법원 판단을 거쳐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이른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형량이 유지된 것이다. 윤창호법이 아닌 기존 법만으로도 음주운전에 여전히 엄벌이 가능함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53)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원심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봤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원심에서 인정된 범죄사실 일부를 무죄로 인정하며 같은 형을 선고해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만이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환송 후 원심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파기된 환송 전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지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환송 전 원심판결과 동일한 징역 8년을 선고한 데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11월 6일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9%로 만취 상태였다. 김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1심과 2심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검찰 구형량인 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각막 이식 수술로 오른쪽 눈엔 렌즈를 착용하지 못했고,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당황해 피해자를 보지 못한 것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헌재는 2심 판결 이후 도로교통법 가운데 2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인 윤창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김씨 판결을 파기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윤창호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파기환송 전보다 감경된 형량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동일한 형량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음주운전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했다. 그러나 다섯 번 판결 끝에 대법원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윤창호법은 사라졌어도 음주운전 사건에 충분히 중형을 가할 수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창호법에 대한 헌재 결정은 ‘해당 법이 없어도 중한 범죄라고 인식되면 얼마든지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데 왜 법을 또 만들었느냐’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면 일반 형법이나 특가법을 적용해 중형을 부과할 수는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법무법인 공간)은 “음주운전에 중한 벌을 선고할 수 있고, 음주운전 죄질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점에 대해 사법부가 다시 명확하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헌재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의 재범을 ‘법’으로서 가중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을 뿐, 음주운전자에 대해 가중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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