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 부러운 리모델링] "재건축 규제 완화 예고됐지만"…수도권 리모델링 바람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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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2-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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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밀려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던 리모델링이 오히려 전성시대를 새롭게 쓰고 있다. 콧대 높은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나고 있으며 건설업계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리모델링 우리도 할래”…사업 적극적인 대기업들
1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거나 발 빠르게 수주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조직 개편을 통해 ‘리모델링 랩(Lab)’을 신설했다고 최근 밝혔다. 리모델링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현장 여건과 기존 건물의 구조 안전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사전 기술 검토를 바탕으로 리모델링에 최적화된 공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리모델링과 관련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SK에코플랜트도 최근 첫발을 내디뎠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인천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쌍용건설과 공동으로 수주했다. 이는 SK에코플랜트의 첫 리모델링 사업 수주다.

SK에코플랜트는 경기 용인시 죽전의 도담마을7단지 뜨리에체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대상 현장설명회에 2회 연속 단독참여했는데 이런 경우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사업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었지만, 붕괴사고 이슈 등으로 지위가 박탈됐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도 지난해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포스코건설은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꾸려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현재는 대형건설사 중 리모델링 전담 조직이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리모델링이 일부 소수 단지만 진행하는 특수한 경우로 꼽혔다면 이제는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투자자는 더 이상 낡은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참아가며 재건축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사이 언론에서도 많이 노출돼 수요자들이 조금 더 리모델링에 대해 관심과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1년 새 2배가량 늘어난 리모델링 가시화 단지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리모델링 조합설립총회를 마치거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단지는 총 124개 단지로 지난해 같은 달 72개 단지보다 50개 단지가량 늘었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단지나 사업초기 단지까지 추산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이보다 더 많다.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재건축 시 적용받는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의무 사항도 없으며 전체 15% 이내에서는 가구 수 증가도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 추진이 쉽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는 △조합 설립 △안전진단 △건축심의 △행위허가 △이주·착공 △입주 순이다. 이 중 최근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안전등급요건(재건축은 D등급)이 리모델링의 경우 B등급(수직증축)~C등급(수평증축)이다.
 
또 동의율이 66.7% 이상이면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재건축은 주민의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준공 30년이 돼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15년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리모델링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20년 정도 된 단지들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2002년 준공된 서초구 잠원동동아아파트는 수직증축을 통해 991가구에서 1127가구로 탈바꿈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해 현대건설을 최종 시공사(554표 중 540표 득표)로 선정했다.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는 2001년 준공된 단지로 면적 8만4501㎡, 지하3층~지하20층 아파트 20개동, 1707가구 규모다. 해당 건물은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5층~지상 21층 공동주택 21개동, 1963가구로 탈바꿈한다.
 
강남권에서도 새롭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송파현대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 사업 진행을 위해 사전동의서를 걷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의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하반기 조합이 설립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금호도 최근 리모델링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
 
재건축vs리모델링 갈등 심화…"내홍 겪지만 매몰비용 고려될 것"
다만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생기며 일부 리모델링 단지에서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및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을 공약했다. 또한 1기 신도시는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적용하겠다는 공약도 언급했다.
 
강남권 주요 리모델링 단지 중 하나인 강남구 대치2단지는 사업 속도나 사업성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나며 내홍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빠를 것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이 차라리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대치2단지에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새롭게 생겼다. 또한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추진되던 1기 신도시 경기도 군포시와 안양시 등에서도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리모델링 사업에서 아직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수직증축을 통한 사업 추진이 늘고 있는데 아직 성공 사례가 송파구 성지아파트 단 한 군데밖에 없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은 2014년에 나왔다. 

내홍을 겪고 있는 대치2단지도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단지로 만약 성공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해 사업이 진행된다면 수직증축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현재 조합은 2차 안전성 검토를 위한 2차 공개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당장 재건축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재건축 규제 완화가 언제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것보다는 안전한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규제 완화가 얼마나 걸릴지, 실제로 용적률 등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어떤 정비사업이라도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모두 각자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 각각 필요에 의해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절차가 진행되고 들어간 자금이 있는 경우 매몰비용으로 인해 재건축으로 돌아서기는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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