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잘나가는 '여성 드라마'에 문제적 남자들…'왜 오수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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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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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사진=SBS]

옥하금뢰(玉瑕錦纇). 옥에 티나 비단의 흠이라는 의미다. 제아무리 좋은 것도 '흠'이 발견되기 마련이라지만 지난주 처음 방송된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의 '옥하금뢰'는 아쉽다 못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일 처음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살기 위해, 더욱 독하게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변호사 '오수재'(서현진 분)와 그를 지키려 하는 로스쿨 학생 '공찬'(황인엽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는 '오수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난 1회 방송에서는 고졸 출신으로 동료 변호사들에게 무시당하며 차별을 견뎌온 '오수재'가 대형 로펌의 스타 변호사로 성장하고 대표자리까지 꿰차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수재'는 유리 천장을 깨고 극 중 10대 법무법인(로펌) 최초의 여성 대표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더욱 집요하게 성공을 좇았다.

한편 법무법인 회장 '최태국'(허준호 분)은 '오수재'에게 국회의원 '안강훈'(이태성 분)의 성폭행 문제에 대응할 것을 지시한다. '오수재'는 피해자가 술집에서 일한다는 점 등을 빌미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그가 바라는 대로 재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되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 '오수재'는 큰 충격에 빠졌고 여론 또한 나빠졌다. '오수재'는 로스쿨 겸임 교수로 좌천되었고 다시 시작점에 서게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수재'가 겪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성장과 변화는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몰입하게 하며 온·오프라인에 반향을 일으켰다. 신선한 여성 캐릭터와 '여성' 중심 서사를 향한 응원은 그대로 시청률로 이어졌다. 1회 시청률은 전국 6.0% 수도권 6.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2049 시청률도 2.6%로 금토 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2회 시청률도 전국 6.5%, 수도권 7.1%로 오르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1~2회 모두 순간 최고 시청률은 9.3%까지 치솟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중심'의 웰메이드(수작) 드라마의 '옥하금뢰'는 다름 아닌 남자 배우들. 여성 범죄 이력을 가진 배우 김선혁과 이경영이었다.
 

'왜 오수재인가' 출연 중인 배우 김선혁 [사진=SBS '왜 오수재인가' 방송 캡처]

먼저 김선혁은 '오수재'와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자리를 두고 겨루던 '민영배'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6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수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그해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프집에서 여성인 피해자 A씨를 폭행했다. 그는 피해자의 얼굴을 500㏄ 생맥주잔으로 가격하는 등 상해를 입혔다. 당시 아주경제가 취재한 결과 피해자는 약 4주간의 치료를 해야 하는 좌측 측두하악 관절 원판 내장증, 인대 손상, 관절낭 종창 및 2주간의 치료를 해야 하는 안면부 다발성 열상을 입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의 얼굴 부위에 흉터가 남는 등 피해자가 입은 피해 정도가 작지 않다"며 김선혁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피해자에게는 "피해자가 김선혁을 향해 맥주를 끼얹기는 했지만, 김선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 수단으로 보일 뿐 적극적 공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정당방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이 보도된 뒤 김선혁 측은 "맥주잔이 얼굴에 스친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고 피해자의 언행이 부적절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해당사항을 세세히 설명하며 당시 상황이 찍힌 CCTV와 상해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피해자가 전달한 사진은 김선혁 측의 해명과는 아주 달랐다.
 

'왜 오수재인가' 출연 중인 배우 이경영 [사진=SBS '왜 오수재인가' 방송 캡처]

또 '한성범' 역을 맡은 이경영은 지난 2002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그는 피해자에게 "배우를 시켜주겠다"며 성관계를 맺고 3만~10만원의 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2년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경영은 KBS·SBS·MBC 지상파 3사에서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방송 3사는 "범죄 및 부도덕한 행위나 사행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법에 따라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출연을 제재했다. 이에 이경영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TV와 영화로 발길을 돌렸고 공장형 '다작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방송계와 영화계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경영을 여러 작품에 출연시켰고 서서히 과거 행적을 지워나갔다. 이후 지난 2019년에는 SBS 드라마 '해치'로 지상파 드라마까지 복귀했고, '배가본드' '하이에나', MBC '검은 태양' 등에서 얼굴을 비쳤다. 현재 '왜 오재수인가' '닥터 로이어'는 동시기 방영 중이다.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만나는 여성 원톱 드라마. 게다가 여성 캐릭터로는 신선하고 낯선 '성공'과 '야망'을 좇는 인물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는 매력적인 모습을 배우 서현진이 섬세하게 담아내며 날아오르고 있는 형국. 그러나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작품과 지난주 '왜 오수재인가'가 보여준 뚜렷한 메시지에 반하는 일부 남자 배우의 캐스팅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여성'을 위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여성 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대면한다는 게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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