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IPEF와 vs 일대일로 ··· 날선 미·중 틈새 둔감한 尹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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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2-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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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23일 첫 정상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참가국은 한국, 미국, 인도,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13개국이다. 대부분은 전통적인 미국의 친구들이고,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국에 늘 부담스러운 이웃이다. 베트남은 중국이 보기에 우리와 비슷한 성격의 껄끄러운 주변국이다.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의 국가들이다.
 

[출처=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IPEF 출범 전날인 22일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하는 자리를 빌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갖가지 말을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의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의 마각(馬脚)은 이미 노출됐다. … 사마소(司馬昭)의 마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길 가는 사람들도 다 안다. … 미국이 조작(炮制)해낸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은 자유와 개방의 깃발을 달고 있지만, ‘작은 무리(小圈子)’를 만들어 중국의 주변환경을 개조해서 중국의 주변환경을 바꾸어놓고 중국을 포위(圍堵)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말 끄는 졸개(馬前卒)들로 만들어 놓았다.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의 본질은 분열의 전략이요, 대항을 선동하는 전략이며, 평화를 파괴하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포장을 어떻게 하고, 말에 어떤 갑옷을 입히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왕이가 말한 ‘사마소의 마음’이란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曹操)의 손자가 황제로 있을 때 조조의 신하 사마의(司馬懿)의 아들 사마소가 황제의 자리를 넘보던 생각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는 이야기다. 사마소는 결국 황제를 시해하고 사마소의 아들이 황제 자리에 오른 이야기다. 결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IPEF를 만든 미국의 뜻은 중국을 망가뜨리고 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마소는 중국 사람들 사이에 뻔한 야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하던 뻔뻔한 인물의 대명사로 통한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 나와 “미국은 당연히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일을 해나가야 하며, 별도의 부뚜막(爐灶)을 만들어 현행의 지역협력 프레임에 충격을 주고, 지역 일체화의 차를 후진시켜서는 안된다”라고 논평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미국은 경제문제를 정치화, 무기화, 이데올로기화 해서는 안되며, 경제를 수단으로 지역 국가들을 협박해서 중미간의 선발대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논평했다.

이처럼 날카로워진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비해 우리 당국자들의 논평은 한가롭기만 하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22일 KBS 9시 뉴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IPEF를 통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중국 견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인도 태평양의 질서하에서 어떻게 하면 미래 성장을 담보하고, 먹거리를 찾을 것인가 이러한 원천적인 고민이 그 지역에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이런 협의체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박 장관은 앵커가 “외교당국 입장에서는 좀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말씀 하셔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어떤 관계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답변을 한다.
“제가 보기에는 그건 너무 한 면만 보는 것 같고요. 우리 한국도 중국과 지금 다층적으로 경제, 통상, 그리고 무역 투자 서비스 이런 면에서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한·중 FTA를 체결해서 후속 협상을 하고 있고, 또 동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의 같은 멤버고요. 그리고 지금 IPEF에 속한 13개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들이 전부 중국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무역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제외해놓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 경제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참으로 기발한 구상을 내놓는다. “또 중국이 그러한 규범과 질서에 같이 참여해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IPEF에 중국이 참여하도록 우리가 설득하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공영방송에 나가 국민들에게 한 것이다.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것처럼, 이번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통해 성사시킨 IPEF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직후부터 강력히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 · One Belt, One Road)’ 전략에 대한 태평양 쪽 대응전략이다. 과거 항저우(杭州)에서 로마까지 연결되던 비단 수출길 실크로드 연변의 국가들과 인도 남쪽을 돌아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던 해양 실크로드 연안의 모두 49개국을 연결하는 수출입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건설 지원 프로젝트이다. 이 일대일로 전략이 국제정치적으로 미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참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서유럽 이탈리아까지 참여한 이 일대일로에 한국과 북한,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관들은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는 남북한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외로운 두 개의 섬(Two Lonely Island)’으로 고립될 것”이라는 언급을 해왔다. 우리로서는 이번에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적어도 국제사회애서 고립된 섬이 되는 처지에서는 벗어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두 진영 간의 치열한 대통령 선거전을 치른 뒤 출범한 지 불과 보름도 안된 윤석열 정부로서는 아직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 주도의 IPEF에 대한 직무파악이 덜 되어있는 듯 보인다. IPEF는 지난해 10월 27일 화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언급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2월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해서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4918단어로 된 긴 연설문을 통해 상세한 전략구상을 설명했다. 당시 블링컨 국무장관은 IPEF의 기본 성격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자유롭고 개방적인(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지역을 건설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블링컨은 ‘자유롭고’라는 개념에 바이든 대통령과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바탕이 돼있음을 설명했다.

블링컨은 다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보다 강력한 연결망(stronger connection)을 건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블링컨은 이 강력한 연결망에 들어갈 국가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들 5개국은 미국이 전통적인 아시아의 ‘전통적인 다섯 친구들(five old friend)’이라는 표현을 써오던 국가들이다. 블링컨은 이어서 ‘보다 폭넓은 번영(broad based prosperity)를 추구하며, 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회복력이 강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언급한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IPEF의 추진이 중국 견제가 주목적임을 설명했다.

중국에서 흑연 원료를 수입해서 한국과 대만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24일 필자에게 IPEF의 발족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던 원료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거나 비싼 가격으로 수입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제 발족한 지 보름도 안된 정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는 IPEF 참여와 같은 커다란 결정을 할 때 보다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내용을 파악하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참여와 관련 23일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중국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It is not unreasonable to think too sensitivity)”는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표현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면 왕이는 틀림없이 “윤 대통령의 표현이 ‘unreasonable’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의 제1의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심정을 보다 고려하는 우리 정부의 표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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