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지성人] 尹의 메시지 총괄 한오섭..."우린 깐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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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2-05-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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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대통령과 인연...김병준 전 위원장 관계에서 시작

  • 한오섭, 홍준표 따라붙을 당시 경선판도 바꿨다는 후문

  • "새 정부의 성공에 헌신하겠다는 말 외엔 드릴 말 없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상황실장으로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선임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실장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영등포고등학교, 한신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을 맡으며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일 당시에는 당선인의 메시지를 총괄하기도 했다. 국정상황실장은 비서관급이지만 국정 전반을 관리하고, 핵심 정보 취합을 담당하는 대통령실의 주요 보직인 만큼 한 실장의 정무 능력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尹, 한오섭 향해 "한 실장 메시지는 확실히 달라"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메시지를 총괄했던 한오섭 메시지실장을 언급하며 "한 실장 메시지는 확실히 달라"라며 주변에 종종 이렇게 평가했다고 알려졌다. 

윤 캠프 관계자는 "후보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한 실장과 수시로 연락하며 메시지를 비롯한 정무적인 조언을 많이 받았다"며 "한 실장이 쓴 메시지로 인해 어려운 선거국면을 반전시킨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이유로 그를 국정상황실장으로 발탁했다.

국정상황실은 진보 정부에서만 운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취임한 이후 IMF 외환위기 극복을 목표로 신설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국정상황실장엔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정권의 핵심 인사가 보직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정 전반을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장성민ㆍ전병헌, 노무현 정부 이광재ㆍ이호철, 문재인 정부 윤건영 등이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상황실을 따로 두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상황실을 존속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 한 실장을 발탁한 것 자체가 대통령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게 국민의힘 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표적 보수 이론가 한오섭...MB 때 청와대 선임행정관 역임

한 실장은 대표적인 보수 이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보좌한 한 실장을 정치권에선 '김병준 사람'으로 구분한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도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당 경선을 앞두고 캠프 좌장으로 김 전 위원장을 모시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곤란하다"며 대신 자신을 보좌하던 한 실장을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한 실장은 경선 당시 공식 직책 없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당시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실장이 윤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얻게 된 이유 역시 '메시지'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경선 종반 홍준표 후보가 강하게 따라붙을 당시 한 실장이 쓴 메시지는 경선 판도를 바꿨다는 후문도 있다.

홍 후보가 지난해 11월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며 당심에서 앞선 윤 대통령을 겨냥해 '바람론'을 제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개인기에 강점이 있는 홍 후보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이 메시지는 한 실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홍 후보가 지난해 10월 "범죄공동체"라며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 자신을 모두 겨냥하자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며 "우리의 경쟁은 본선 승리를 위한 과정이다. 아무리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경선이 끝나면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어깨를 걸고 나가야 하는 동지들"이라며 대응했다. 이 역시 한 실장의 품이 들어간 메시지였다고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대위 쇄신 과정 후퇴..."나는 실무자일 뿐"

본선 선대위가 꾸려진 뒤 윤 대통령은 한 실장을 메시지실장에 임명하며 좀 더 힘을 실었다. 하지만 당내 일부 세력으로부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돼 공격받으며 선대위 안팎의 마타도어에 시달렸다. 결국 김종인, 김병준 두 명의 전 비대위원장이 떠나는 등의 선대위 쇄신 과정에서 한 실장 역시 백의종군하며 2선으로 후퇴했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한 실장이 '나는 실무자일 뿐'이라며 주변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며 "선대위 쇄신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홀로 참아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정무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한 실장을 수시로 찾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뒤 한걸음 물러나 있던 한 실장을 당선인 비서실 기획팀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한 실장을 향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비서실 아침회의 멤버 가운데 전·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과 한 실장 딱 두 사람뿐이었다.

새 정부 첫 국정상황실장이란 중책을 맡은 한 실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비서는 입이 없어야 한다"며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 외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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